『올해 정보통신(IT)업계 최고의 화두 가운데 하나인 태블릿PC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것인가. 전 세계 유수의 IT업체들이 잇따라 태블릿PC를 출시하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까닭에 그 시장성에 대한 이견은 사실상 없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태블릿PC가 산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T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들어 애플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KT, 도시바, 림(RIM), 샤프, 델, LG전자 등이 태블릿PC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태블릿PC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 년 전부터 시장에 나타난,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PC기기인 태블릿PC가 획기적으로 진화한 통신환경을 등에 업고 그야말로 최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작은 애플의 ‘아이패드’였다. 지난 1월 애플이 공개한 9.7인치짜리 태블릿PC는 시장의 서막을 알렸다.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스마트폰과 랩톱PC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태블릿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스마트폰이나 랩톱PC 보다 게임을 즐기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에 있어 아이패드가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수 년간 태블릿PC가 꾸준히 출시됐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 했음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 7인치‘갤럭시탭’을 공개하면서, 태블릿PC의 디스플레이 적정크기에 대한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쉽게 말해 갤럭시탭(7인치)이 양복 주머니에 넣거나 한손으로 들고 다녀도 부담없는 크기의 제품이라면, 아이패드(9.7인치)는 작은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두 손으로 봐야하는 제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DX’의 크기가 9.7인치라는 점을 들어,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은 9~10인치대가 적정크기라고 입을 모았다. 가독성이 가장 뛰어난 크기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필두로 7인치 기기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분위기가 점점 바뀌고있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은 지난 달 7인치 ‘블랙베리 플레이북’을 공개했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무선랜)를 지원하며, 화면에 앞뒤 내장 카메라를 장착한 제품이다.
일본의 도시바도 올해 안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10.1인치 ‘폴리오 100’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웹캠을 탑재했으며, 어도비플래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미국의 PC제조업체 델 역시 조만간 7인치 태블릿PC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마이클 델 CEO는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샤프는 이미 지난 7월 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었다. LG전자 역시 전부터 태블릿PC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KT는 지난 8월 중소 제조업체인 엔스퍼트가 개발한 7인치 ‘아이덴티티탭’을 출시했다. KT와 엔스퍼트는 향후 전자교과서, 전자메뉴판, 전자의료차트, 잡지, e러닝 시장, U헬스, U시티 등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장밋빛 전망’ 이견 거의 없어
태블릿PC의 시장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는 현재 이견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전세계 태블릿PC 시장 규모를 올해 700만대,2011년 1700만대로 예상했다. 아이서플라이의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올해 1290만대, 내년 3650만대에 이어 2012년에는 무려 5040만대의 태블릿PC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의 시장조사기관 로아그룹은 최근 국내 태블릿PC 시장이 내년 120만대, 2012년 300만대, 2013년 650만대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전례를 보면 그 확산 속도가 시장조사기관들의 예상치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넷북, 전자책 등을 대체하는 기기라는 것 이외의 장점도 여럿 발견되고 있다. 다가올 스마트TV 시장을 준비하는 중간단계 기기로서 탁월하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TV는 그 구입주기가 긴 까닭에 당장 스마트TV 시장이 열리기는 힘들어 스마트TV의 장점을 미리 엿보는데 태블릿PC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스마트가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점은 이른바 ‘3스크린’ 사이의 호환성”이라며 “스마트TV 시장에 발을 담근 업체들은 태블릿PC와 연동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풀이했다.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국장이 밝힌 것처럼 “태블릿PC가 스마트워크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일반 소비자용 뿐만 아니라 기업용으로도 유용하다는 뜻이다. 실제 RIM은 자사의 제품을 기업용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영희 KT 기업고객전략부문 전무 역시“태블릿PC를 통해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수 있는 것은 물론 기업의 고정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통사·PC시장서 지각변동 예상
이 같은 장밋빛 전망 때문에 ‘태블릿PC 효과’가 산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동통신사들이 대표적이다. ▲PC, 노트북, 넷북, 전자책, PMP, MID, MP4 등 디지털기기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부품 ▲게임 ▲미디어 등에 태블릿PC 광풍이 몰아칠 수있다는 분석도 많다.
일단 이통사들이 바빠질 전망이다. 포화상태인 이통시장에서 태블릿PC를 통해 데이터 매출을 확대하는 등 새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PC 시대를 맞이한다면, 이통사의 데이터트래픽은 스마트폰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늘어날 전망이다. 화면크기가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텍스트는 물론 동영상 활용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승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아이패드 100만명 이용자가 소모하는 데이터 트래픽의 양은 3500만명의 아이폰 이용자가 소모하는 데이터양과 비슷하다”며 “태블릿PC가 확산되면 데이터 폭증에 따른 용량 부족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태블릿PC는 이통사들의 망 구축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당장 와이파이(무선랜) 등을 통한 망 분산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아무래도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주요 장소가 학교나 집, 직장들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4세대 이통망 구축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란 분
석도 나온다.
PC, 노트북, 넷북, 전자책, PMP, MID,MP4 등 디지털기기들은 태블릿PC 돌풍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태블릿PC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PMP, MID 등 공급자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제품군의 이름은 향후 업계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 PMP,MID 등이 내세우던 장점은 태블릿PC에 그대로 흡수될 것들이라는 분석이 많다.
PC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시장조사 기관 포레스트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PC시장에서 태블릿PC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에서 2014년 23%까지 성장하는 반면,2014년 노트북(42%), 데스크톱(18%), 넷북(17%)의 경우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PC업계의 상징이었던 넷북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자료에 따르면 넷북의 판매 성장률은 아이패드가 발표된 지난 1월 68%대로 떨어졌다.
이후 2월(53%), 3월(25%) 급격히 하락했으며, 아이패드가 본격 시판된 4월에는 5%대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