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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C&그룹 로비전말 드러나나

C&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가 임병석 회장과 그룹 임원들의 정·관계 및 금융권 로비 리스트를 사실상 확보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중수부는 지난 21일 C&그룹 본사 및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그룹 임원들이 임 회장에게 낸 일일보고서를 확보했다.

보고서는 임원들이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아니라 일부 간부가 작성한 보고서의 경우 정·관계, 금융권 인사들과 만난 뒤 현안에 관해 나눈 대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각종 로비의 기초자료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은 보고서를 모두 검토해 추가 지시사항을 첨부한 뒤 결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 적힌 정·관계 및 금융권 인사들의 명단만 정리하면 사실상의 로비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검찰은 C&그룹이 여러 계열사를 인수해 부실을 초래하는 동안에도 금융권에서 1조305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대출받는데 성공한 점에 주목, 당시 정권 실세 등의 비호는 없었는지 의심해 왔다.

이와 관련 현직 야당 국회의원 2∼3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모씨가 C&그룹이 사세를 넓히고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됐던 시기 정치권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대구지역 기업인 건설회사 우방, 범효성가 기업인 효성금속을 인수하는 등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야당은 물론 현 정권 실세까지 두루 포착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동생이 C&중공업 사장이던 시절 거액을 대출해 준 박해춘 당시 우리은행장 등 금융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물론 로비 자금은 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이 최측근들로 구성한 구조조정본부가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도 임 회장 직속으로 운영된 구조조정본부의 역할과 활동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이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로비 리스트’의 존재는 부인했다. 앞서 C&그룹 수사를 맡은 대검 관계자는 “리스트는 전혀 확보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어찌됐건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무엇을 손에 쥐었는지, 문제의 일일보고서가 실제 C&그룹의 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만큼 세밀한 것인지 등이 수사의 종착역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임 회장이 해외지사의 수익을 누락하거나 대출금 일부 등 1000억원 이상의 돈을 횡령, C&중공업의 중국 컨테이너 공장, C&라인의 해외법인 등에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자금흐름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