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도쿄=김송희 특파원]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에 의한 방사능 유출 피해까지 확산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선인(先人)의 지혜와 경험에서 나온 순간의 판단으로 구사일생(九死一生)한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화재가 되고 있다.
17일 아사히 신문은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지난 11일,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요시하마항만에서 조업중이던 어부들의 대부분이 재난을 피한 사연이 소개했다. 이들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선인의 가르침과 순간의 판단이었다.
이날 오후 2시 46분, 미역을 채취하고 있던 어선 10척도 지진을 느꼈다. 어선 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스기나무(삼나무)의 꽃가루가 불이 난 듯 날리는 것을 보고 평소의 지진과 다르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선에 타고 있던 가시와자키 코토부기 씨는 함께 조업중이던 아내 쿠미코 씨와 차남 코지 씨는 작업을 멈추고 바다로 방향을 돌려 수심 70m 지점에서 배를 세웠다. 15분후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가를 덮쳤지만 가시와자키 씨가족의 배는 수면 상승에 따라 배 전체가 떴을뿐 흔들림은 전혀 없었고 무사할 수 있었다.
또 선인의 지혜로 재난을 피한 사람도 있었다.
같은 날 미치시타 타카히토 씨와 요시오 씨가 타고 있던 3톤 어선이 지진으로 크게 흔들렸을 때 타카히토 씨는 '수심이 깊은 바다로 나가면 쓰나미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선인의 지혜를 떠올렸다.
이들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수십키로 떨어진 바다를 향했다. 요시히토 씨는 '쓰나미를 넘은 감각은 없었지만 뒤를 돌아보니 항구에 쓰나미가 덮치는 걸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구사일생이었던 것이다.
한편 신조 미츠루 씨는 배가 소형이라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바람을 피할 선실도 없었기 때문에 바다로 나가면 동사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조 씨는 15분안에 도망가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언덕을 향해 달렸다. 10분후 쓰나미가 해안가를 덮쳤거, 신조 씨는 "순간의 판단에 생명을 건 도박을 했다"며 "살아남긴 했지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며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대지진 참사 후 일주일째, 희생자들이 늘고 있지만 일본은 기적적인 생명의 소식에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