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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도쿄 김송희 특파원] 참사 엿새째인 16일 일본의 수도 도쿄는 여진과 방사능의 공포 속에서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 11일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가 몰아친 당일, 9만명의 도쿄 시민들은 전철이 끊기면서 귀가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밤을 지샜다. 왠만한 강도의 지진에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일본인도 이날만큼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가족과 생이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새벽내내 계속된 여진으로 밤을 샌 일본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다음날(12일)부터 전철 운행이 재개되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낸 일본인들은 14일부터 전철운행이 점차 정상화되자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 하루 일상을 묵묵히 이어갔다.
지난 15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3호기가 수소폭발하고, 16일 3호기에 연기가 발생했다는 뉴스에도 도쿄 도심은 오히려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일본인이 이처럼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언론의 침착하고 냉정한 정보 전달 방식이 한 몫했다. 일본언론은 지진발생 이후 사람들을 동요시키는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을 되도록 자제하며 피해상황과 대피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또한 '라이프라인'을 통해 체온 유지 방법 등 위기시 대비방법을 수시로 전달했다.
'강건너 불구경'이라 했던가. 오히려 한국 언론은 사태를 과장되게 보도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암울한 배경음악과 '일본침몰'이라는 표현은 일본에 내 가족을 둔 한국인과 일본에서 생활하는 교민들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도쿄에 10년을 거주한 교민 A씨는 '한국 뉴스가 오히려 자극적이고 무섭다'며, '한국에서 뉴스를 접한 가족과 친구들이 귀국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일본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교민 B씨도 인터뷰에 응하며 '오늘부터 자녀의 학급이 일주일간 휴교했다'면서 '하지만 휴교 이유는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히며 의연한 일본인의 모습에 존경을 표했다.
지금도 도쿄 도심에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쓰나미와 방사능 유출의 공포도 남아 있다. 지난 15일 밤 시즈오카현에서 발생한 규모 6의 강진으로 후지산이 분화를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소식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초의의 재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일본인의 모습은 지금도 변함었다. 이것이 '진정한 일본의 저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