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합병 시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론스타는 계약 연장시 가격인상 요구를 철회해 기존 계약대로 4조6888억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점으로 수정한 대신, 하나금융 역시 1조600억원에 이르는 외환은행의 현대건설 매각차익의 상당부에 대해 론스타가 중간배당으로 가져가도 좋다는 카드로 절충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독자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외환은행 지분은 5%까지다. 나머지 5%는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안이 있지만 계열사별로 따로 의결을 해야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어, 당초 예상되던 10%보다는 인수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시내 모처에서 주요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계약연장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이르면 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계약연장을 최종 결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달 12일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 뒤로 보류하자, 계약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계약서상 지난달 24일을 넘기면 양측 가운데 어느 한쪽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어,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 외환은행 인수합병은 무산될 수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계약연장 합의는 양측이 거래가 깨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연장과 관련, 양자간의 명분 압박이 커지자 고민 가운데 나온 수라는 지적도 많다.
론스타의 경우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시비 문제가 가장 크다. 이달 중순 개시되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서울 고등법원) 재판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정기 적격성 심사가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두 건 모두 론스타에 크게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추진과 관련해 두가지 고민을 들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우선 대국민 정서의 측면으로, 이번 카드는 론스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리없이 외환은행 인수만을 목적으로 외국 산업자본에 남 좋은 일만 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저축은행발 도덕성 이슈을 비롯한 금융계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하나금융의 대국민 기업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불발될 경우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적절한 경영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는 치명타가 있다. 이미 처음부터 무리수를 감행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김승유 회장 체제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했던 유상증자 과정 자체가 론스타의 적법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이유로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투자손실에 따른 소송 등을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론스타는 자칫 한·미 양국의 문제로 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사 이익의 현실적 극대화 입장에서 가격인상 카드보다 현대건설 차익 매각으로 돌려받는 점이 보다 부드러운 전개로 판단하고 연장계약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에는 한시가 급한 타임테이블의 전개에 있어 6개월 연장의 실마리를 잡아내, 현 집행체제의 유지를 지속할 수 있는 터를 만들었다.
사실상 인수가 상향부분을 돌려서 받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 가운데, 향후 론스타에 대한 하나금융의 조기 경영권 선인계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여부 및 론스타의 적법성 판정과 관련,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대해 지분을 공개매각하도록 강제명령을 내릴지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