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과세를 놓고 5개 안을 검토 중이며, 이 가운데 한 가지 안을 택해 이달 말 세재개편안에 포함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주식가치 증가분이나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또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시점인 2004년부터 소급해 과세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조세 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침과 관련해 대상, 요건, 방안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목적의 경영상 판단에 과세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수관계에 일감을 몰아준 것을 문제 삼는다고 하지만 특수관계를 규정하는 기준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법에 '회사기회'를 특정인에게 몰아주면 이사가 책임을 지고 벌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이 있고, 공정거래법으로도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할 수 있다"며 "기존 제도로도 일감 몰아주기를 막을 수 있는데 정부가 사후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후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 현행 법령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실감 없는 마녀사냥식 발상"이라며 "어느 회사든 일감을 관계사에 몰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수직계열화는 효율성과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한 경영 선택인데 이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됐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정부의 이번 방침은 시장에 대한 간섭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공정경쟁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 영유하던 업종에 대기업이 무차별로 진출하는 것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편법증여 등 불공정 행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 5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어떤 방식으로 과세할 지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가장 좋은 방안은 대기업이 스스로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고 중소기업 등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것일 것이다.
* 일감 몰아주기란?
일감 몰아주기란 대기업이 계열사를 설립한 뒤 회사 주식을 오너 일가 등에 넘기고 계열사 간에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수익을 내게 하는 관행을 말한다.
정부는 현재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수혜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과세 ▲물량 몰아주기를 한 특수관계기업에 대한 손금불산입 등 5개 안을 검토 중이다.
과세 대상은 수혜기업에 지분을 3~5% 이상 가진 지배주주 1인과 그의 배우자 및 친족(6촌이내 혈족 또는 4촌이내 인척)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제3의 기업을 이용해 수혜기업에 출자한 경우에는 간접출자비율을 포함해 지배주주를 판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