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세계은행의 로버트 졸릭 총재는 유로권이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과 브라질 등 브릭스(신흥경제대국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향후 방향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졸릭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동참해 폴란드에서 유로 재무장관 회담이 열린 지난 16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회견에서 "아무도 큰 돈가방을 들고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회견 내용은 19일자에 게재됐다.
그는 "완전한 해결책도 만병통치약도 없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이 무역에서 양보받는 조건으로 유로 위기 해소를 더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점과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티앙 라가르드 총재도 브릭스의 공동 지원 구상이 "흥미있는 진전"이라고 관심을 표명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브라질 재무부가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가을총회 기간에 브릭스가 별도 회동해 유로권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앞서 밝힌 것이 브릭스의 내부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성급하게 나온 정치적 성격이 강한 제스처로 드러났다는 것을 신문은 지적했다.
졸릭은 "유로권 지도부가 이런 설익은 외부 지원에 기대기보다는 그들이 어떤 통화 동맹을 원하는지를 결정해야만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재정 동맹으로 가든지 아니면 역내 취약국들이 비틀거리도록 방치하는 것이 가져올 결과에 직면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주요 5개 중앙은행이 유로 은행에 달러를 공동 공급키로 합의했으나 충분치 못하다면서 따라서 유로 지도부가 더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시간을 벌었다면 그것을 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릭은 "유로 위기가 이미 신흥권을 비롯해 외부에 갈수록 많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그 충격으로 신흥권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면 그들도 부실채권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불과 지난 여름까지만해도 신흥시장의 문제가 과열 쪽에 집중됐으나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이제는 매우 민감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졸릭은 "신흥권이 유로 사태 추이에 따라 수요와 신뢰가 심각하게 둔화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흥권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그간 공전을 거듭해온 도하 자유무역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졸릭은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