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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41년만에 자사주 '깜짝' 매입... 왜?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사 버크셔 헤서웨가 26일(현지시간) 자사주 대거 매입 계획을 전격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자사주 매입은 버핏이 지난 1970년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버핏은 지난 2000년 당시 주주들에게 "내재가치를 훨씬 크게 밑돌지 않은 이상,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으며, 지난 2월 주주 서한에서도 "자사주 매입에 단 1센트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날 회사는 성명에서 자사주를 최고 10% 프리미엄으로 "유보현금이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무기한으로 자사주를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관측통들은 100억달러를 투입할 경우 프리미엄 10% 조건으로 A주식을 약 10%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6월말 현재 478억9천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된 버크셔는 3분기에 유화기업 루브리졸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주식 매입 등에 최소한 150억달러를 투입했다.

버크셔 주식은 성명이 나온 후 A주가 8.1% 상승해 주당 10만8천449달러에, B주는 8.6% 상승해 72.09달러에 각각 거래가 마감됐다.

현재 버크셔 주식은 경기 침체 속에 크게 저평가돼 있다. 뉴욕증시의 폭락장 속에서 버크셔  A주 주가는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를 밑돌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심각한 침체 속에 버핏이 '안전한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최근 주주들이 '버크셔 주식이 너무 싸다'고 지적해온 점도 지적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며 주가가 회사의 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을 때 산다는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는 버핏은 이번에는 자사가 가장 적절한 투자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올해 81살로 은퇴가 임박한 점과 관련, 버크셔가 '버핏 이후를 대비'하는 성격도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