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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공공부채 한도초과 유로회원국 거액 벌금내야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앞으로 재정적자나 공공부채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넘는 유로존 회원국은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재정과 부채 통계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경상수지적자 등 거시경제 지표가 한도를 넘는 회원국도 벌금 부과 등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유럽의회는 28일 그리스 재정위기 같은 사태의 방지를 위해 위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안정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일련의 법안들을 가결했다.

재정안정을 위한 6개의 법안이 하나의 꾸러미로 마련돼 일명 `식스 팩'으로 불리는 이 법안들은 회원국들의 승인 절차를 거쳐 발효된다.

새 법안들에 따르면, 재정적자 규모가 EU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에 규정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지지부진한 유로존 회원국은 GDP의 0.2%에 해당하는 돈을 EU 지정 계좌에 예치해야 한다.

이후에도 적자 해소 노력을 게을리하면 이 예치금은 벌금으로 징수된다.

공공부채 규모가 GDP의 60%를 넘는 회원국은 부채를 매년 20분의 1씩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매년 점검해 이행 실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마찬가지로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재정적자 외에도 공공부채, 실업률, 경상수지 적자 등 여러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점수표'를 작성, 평가하게 된다. 이 점수가 나쁘고 EU가 제시한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GDP의 0.1%에 해당하는 액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재정적자 감축 목표나 거시경제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 회원국의 예산 지출은 일정 한도 이하로 제한된다.

고의 또는 중대한 태만으로 재정적자와 부채 등 중요 경제 관련 통계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는 회원국에도 1회성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 정부가 EU에 허위 통계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재정위기를 증폭시킨 것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기존 안정성장협약에도 재정적자와 공공부채 규모가 기준치를 넘을 경우 벌금 등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전체 회원국이 투표를 해 가중다수결로 제재를 결의해야 하는 조항이 있어 유로존 12년 역사상 제재가 실제 이뤄진 적이 없다.

새 법안은 집행위의 '징벌 권고안'은 이사회가 가중다수결에 의해 이를 거부하지 않는 한 이사회에서 자동으로 승인되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해 실효성을 높였다.

예르지 부젝 유럽의회 의장은 법안 가결 후 "(그리스발 재정위기 사태가 없도록)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법안 통과로 향후 위기들에 대응할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를 갖추게 됐으며 회원국들의 재정을 신뢰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에선 이날 보수당과 자유주의 그룹이 법안은 전폭 지지했으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그룹은 일부 의원만 찬성했다. 법안들이 성장보다는 긴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