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연휴 동안 쌓였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되면서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1,200원선을 쉽게 뚫고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만한 파괴력을 가진 각종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어 환율이 계속해서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가 환율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200원선 돌파 배경은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1.90원 급등한 1,20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208.20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22일 장중 1,210.00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한동안 잠잠할 것으로 예상됐던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위험자산 기피심리가 커진 점이 놓여있다.
그리스는 3일 의회에 보낸 예산안에서 강도 높은 긴축조치에도 올해와 내년도 적자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리스의 국가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달러화는 엔화를 제외한 주요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환율 급등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연휴 동안 쌓였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된 탓도 있다.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았고, 미국 개인소득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역외세력이 집중적으로 달러를 매수하고 있다"며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추가 지원 여부가 다음주로 미뤄진 점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 개입 여부 `주목'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각종 국제경제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6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되면 달러화는 또 한 차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유로존 국가들의 유럽안정기금(EFSF) 증액안 표결 결과, 그리스 실사 결과, G20 재무장관 회의 등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이 1,200원이 깨진 상황이라 대응 방향에 시장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당국은 지난달 23일 환율이 장중 1,200원에 근접하자 장 마감 직전 달러(시장 예상 50억 달러)를 풀어 환율을 1,166.00원으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정부의 환율 개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이런 점을 예상했는지,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선을 넘어서자 쏠림이 지나치다고 하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최대한 반응을 자제했다. 잦은 구두 반응이 시장의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환율 급등에 대해 "지나친 쏠림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