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미국의 선물 중개업체 MF글로벌이 3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회사가 파산할 경우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해 무너지는 미국의 첫 증권사가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MF글로벌은 이날 새벽까지 자산을 인터렉티브 브로커스 그룹(IBG)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여왔으나 오전 5시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며 이 경우 MF글로벌은 영업활동을 유지하면서 다시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당초 지주회사만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나머지 회사들은 매각한다는 방침 아래 협상을 벌여왔지만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지주회사를 포함한 그룹사들이 모두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선물중개업체 MF글로벌은 역대 미국 파산 업체 가운데 자산 규모로 8번째에 해당해 MF글로벌이 유럽 정부의 국채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희생된 미국 기업 중에는 가장 큰 업체가 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사분석업체 뱅크럽시데이터닷컴의 자료를 인용, 파산 신청 이전의 자산을 근거로 순위를 매길 경우 MF글로벌은 상위 10위 내에 들어간다면서 금융위기 당시 파산신청을 한 미국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보다도 앞선다고 전했다.
역대 파산업체 가운데 규모 1위 기업은 리먼 브러더스였으며, 2위는 뮤추얼펀드인 워싱턴 뮤추얼, 3위는 통신업체 월드컴, 4위는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 모터스(GM), 5위는 중소기업 대출전문회사 CIT그룹, 6위는 에너지기업 엔론, 7위는 보험회사 콘세코였다.
이 회사는 월가에서는 거래비중이 큰 회사지만 주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주요 무담보 거래업체 중에는 JP모건 체이스은행과 도이체방크, CNBC 등이 있다.
이 회사의 존 코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산보호 신청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 주지사 출신인 코진은 작년부터 이 회사를 맡아 운영했지만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를 많이 사들이면서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됐다. 결국 MF글로벌의 신용등급은 정크 등급으로 추락했으며 회사의 신뢰도는 급락해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외면하게 됐다.
골드만삭스 회장도 지낸 바 있는 코진은 작년 3월 뉴저지 주지사 선거 재선에서 낙선한 후 4개월 만에 MF글로벌 CEO로 자리를 옮겨 이 회사를 본격적인 투자 은행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벌였으나 실패로 끝나게 됐다.
특히 지난주에는 대규모 분기 손실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MF글로벌은 뉴욕 연준의 22개 프라이머리 딜러 중 하나로 회사 자산은 410억5천만달러, 부채는 397억달러 규모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직원은 2천894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