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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품질·배상능력 없는 회계법인, 상장社 감사 못해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앞으로 상당 수준의 감사품질과 손해배상능력을 갖춘 회계법인만 상장사와 금융회사 감사를 맡을 수 있다. 금융회사에 대해 중대한 부실감사를 할 경우에는 같은 금융업종의 감사업무가 제한되고 과징금도 대폭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부실 감사 등으로 훼손된 회계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등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회계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에 따라 금융위는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제도'를 도입해 상당 수준의 품질관리능력과 손해배상능력을 갖춘 회계법인에만 상장사와 금융회사의 외부감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자본금 5억원 이상, 10명 이상의 공인회계사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금융위에 등록하고 모든 회사를 감사할 수 있었다.

국내에 상장된 외국법인을 감사하는 외국회계법인은 등록제도 대상에 포함되지만, 외국 회계법인 감독은 외교적 마찰 등을 고려해 해당 국가의 감독기관과의 협의로 제한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자료를 구체적으로 계량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경영진의 운영책임을 평가할 때 `인센티브에 대한 설계 시 품질보장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정도로만 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외부 감독기관 징계결과, 연간 의무교육 이수 여부 등 항목별로 구분해 각각 점수를 매기게 된다.

상장법인의 투자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손배해상 공동기금적립 한도액은 외부감사 매출액의 20%에서 40%로 두배로 확대된다. 적립금 대신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회계법인은 보험의 최저보상 한도액을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회계법인이 고의로 혹은 중대한 부실감사를 했을 때는 ▲동종금융업종 감사업무 제한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 적립조치 한도 100%에서 200%로 확대 ▲과징금 상한액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확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미등록 회계법인의 유한책임회사 등 다양한 법인형태를 허용해 차별화된 성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에만 허용되던 분할합병도 허용하기로 했다.

상장법인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3년마다 공인회계사의 3분의 2 이상을 교체해야 하는 규정은 폐지해 기업ㆍ산업별로 전문화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의 투명한 재무제표를 유도하기 위해 분식회계가 발생하면 등기 임원에게만 부과한 해임권고, 검찰통보 등의 증선위 조치 대상을 이사가 아닌 명예회장, 회장, 사장, 전무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외부감사인의 선임ㆍ해임, 감사보수 결정은 기존의 경영진에서 감사위원회 등 기업의 내부 감시기구로 이관해 경영진의 외부감사인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개선안도 있다.

금감원의 조사권 남용 금지규정을 외부감사법에 명문화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시 회계 문제가 발생하면 검사진행 중이라도 회계감리를 동시에 시행해 추가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관계기관 협의 및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세부정책사항을 확정하고 법령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