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인터넷 수수료는 자주 할인해 주고 면제해 주고 하던데, 오프라인 수수료는 내가 1984년 주식 거래를 처음 할 때와 똑같아요. 수수료가 너무 비싸니까, 빨리 털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려다가도 망설이게 되죠. 지금이라도 컴퓨터를 배워야 할까요?”
27년간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약사 임모 씨(66)는 매매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돈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컴퓨터 사용이 서툴다보니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이용하지 못하고 전화 주문을 넣는다. 팔 때와 살 때 각각 0.50%의 오프라인 수수료를 물어 100만 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하면 1만 원은 수수료로 날아간다. 1억 원가량의 여윳돈을 증시에서 굴리는 안 씨가 3년간 수수료로 지출한 돈은 총 890만 원에 이른다. 임 씨는 “증권사 지점에 찾아가 인터넷으로 매매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지만,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았다”며 “내 또래 투자자들은 대부분 전화로 주문하고 있는데, 다들 불만이다”고 말했다.
○ 온-오프라인 엄청난 수수료 차이
미국 월가 시위를 계기로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증권사 수수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3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온·오프라인 매매수수료를 두고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디지털 디바이드’가 ‘수수료 디바이드(수수료 차별)’를 낳고 있는 것이다.
올해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수단별 거래대금 비중은 HTS가 72.94%, 스마트폰과 PDA 등 무선기기가 7.59%로 온라인 비중이 80%를 웃돌았다. 하지만 전화 주문, 지점 방문 등을 통한 오프라인 거래도 18.73%로 적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인터넷 사용이 서툰 고령 투자자들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같은 개인이지만 전화 등으로 주문을 내는 투자자들은 온라인 투자자들에 비해 매우 많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의 온라인 매매수수료율은 0.015%까지 내려갔지만 오프라인 수수료율은 0.50% 안팎이다. 증권사별로 온·오프라인 수수료가 3배에서 30배씩 차이가 난다. 온라인 매매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HTS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매매수수료율은 0.015%이지만 전화 주문을 통한 오프라인 수수료율은 0.3%로 20배나 됐다. 동양종금증권도 홈페이지나 HTS를 이용한 수수료율은 0.015%인 반면 오프라인은 0.50%로 30배 이상이었다.
○ 온라인 투자자 환심 사기에만 몰두
증권사들은 온·오프라인 수수료가 차이 나는 것은 원가를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전화로 주문을 받으면 단순히 매매를 대행하는 차원을 넘어 종목 선정 등의 상담이 진행되기 때문에 인건비와 종목 추천에 따른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수수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을 고용하고 지점을 운영하는 등 오프라인 거래를 위해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원가 차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년간 인터넷과 모바일 수수료율이 계속 낮아졌다는 점에 비춰볼 때 증권사들이 온라인 투자자 잡기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제휴 은행계좌 브랜드를 내놓으며 인터넷 주식거래 수수료율 인하경쟁을 벌여왔다. 수수료율 인하는 기본이고 아예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곳도 많았다. 특히 인터넷 수수료는 사실상 ‘노마진’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위한 매매수수료 인하·면제 이벤트도 온라인 주식거래에만 집중되어 왔다.
조성렬 동아대 교수는 “오프라인 거래는 투자자 간 비교가 쉽지 않다보니 주로 가격경쟁이 온라인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원가 차이는 있겠지만 오프라인 고객의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의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