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신평사ㆍ증권사에 부적절한 `접대' 범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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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국내 신용평가사와 증권사의 기업평가 기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할 신용평가사와 증권사가 평가 대상인 기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업 접대하는 신평사들
신용평가사와 기업의 왜곡된 관계는 신용평가사가 평가 대상 기업을 접대하고 있는 관행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 속하는 A사의 작년 회계연도 접대비는 5억5천만원이나 됐다. 전년 접대비 2억6천만원보다 배 이상 급증했다.
매월 약 4천500만원이 접대비로 지출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접대 대상에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받아야 할 채권 발행사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A사 관계자는 "발행사에 대해 접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과 접촉할 일이 많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접대비 규모가 대폭 늘어난 데 대해서는 "지난해 평가 담당과 영업 담당 조직이 분리되면서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A사는 재무제표에 접대비 항목이 표시돼 있어 규모가 확인되지만 나머지 신용평가사들도 접대 관행을 고려하면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발행사는 접대를 받는 `갑'이고 신용평가사는 접대를 하는 `을'이다. 신용평가사의 수익이 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 나오는데다 기업은 자사 신용등급 평가기관을 3대 신용평가사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매길 때도 해당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한다. 심지어 높은 등급을 원하는 기업의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A사와 함께 3대 신용평가사에 속하는 B사 관계자는 "발행사의 입김이 센 편이다. 신용등급 올려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발행사에 `어떤 신용등급을 주겠다'는 언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도 접대에 급급
회사채 발행을 주간하는 증권사도 접대 문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한해운[005880] 회사채 발행 주간사인 현대증권[003450]의 IB 담당 직원들이 대한해운 직원들과 중국 골프여행을 떠난 것으로 최근 드러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들이 골프여행을 떠난 시점은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보름 전이었고, 이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로 인해 현대증권 IB 기능의 신뢰도는 치명타를 입었다. 문제는 이런 접대 문화가 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거래를 마치면 통상적으로 접대를 한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접대비 규모는 신용평가사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27개 증권사의 작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이들의 접대비 총액은 1천116억4천만원에 달했다. 각 증권사당 평균 접대비는 41억원이나 된다.
27개 증권사 접대비 총액을 작년 회계연도 영업일(252일)로 나눈 값은 4억4천만원이다. 증권업계에서 하루에 접대비로만 4억여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접대 문화에 사로잡힌 증권사에 객관적인 기업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후진적인 문화로 인한 피해는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는 증권사의 기업 평가를 믿지 않고 펀드매니저 등의 자체 평가로 정확한 위험 판단을 내리고 투자한다. 개인은 그럴 수 없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