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한국 국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6%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정위기로 혼란상태에 빠진 유럽 국가들을 대신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위기가 계속될 경우 매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향후 국채 시장에서 급격하게 이탈할 경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내 상장 국채 보유잔고는 63조636억원으로, 전체 국채 상장 잔액 394조8천208억원의 16.0%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말 13.3%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1998년 채권시장 개방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통안채, 특수채, 회사채 등 외국인의 전체 채권 보유 잔고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말 68.6%, 2008년 말 53.6%, 2009년 말 48.8% 등으로 줄다가 지난해 말 64.4%로 상승 반전한 이후 지난달 말에는 무려 72.8%까지 치솟았다.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유독 국채만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현재 한국 채권을 3조원 어치 이상 보유한 국가는 미국(18조8천495억원), 룩셈부르크(14조1천531억원), 태국(10조9천432억원), 중국(10조1천962억원), 말레이시아(7조8천809억원), 영국(3조4천504억원), 싱가포르(3조2천898억원) 등이며, 이 가운데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투자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796억원에서 2009년 1조8천726억원으로 투자액을 늘린 데 이어, 2010년에는 무려 6조5천695억원을 투자해 1년 사이에 3배 이상 투자액을 급증했다.
말레이시아는 2008년 340억원에서 2009년 2조479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010년에도 4조2천815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나 인민은행이, 말레이시아는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 증가는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펀더멘털(기초여건)도 탄탄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인 투자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와 같은 비상시기에 외국 자본의 급격한 이탈이 일어나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고, 금리나 외환시장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외국인 국채 보유 비중이 20%에 이를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채와 통안채에 편중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반기 말마다 대규모 만기도래와 교체매매로 인한 자금 이탈과 시장 변동 확대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채 지표물 중심의 투자확대는 시장 왜곡 현상과 함께 통화정책의 실효성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정위기 이후 유럽계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고 있지만 아시아계가 투자를 늘리면서 외국인 자금의 커다란 변동은 없다"면서도 "외국인들의 국채 편중 심화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