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이번 회담에서 '절반의 합의도 어렵다'는 부정적인 관측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EU 27개국 정상은 유럽중앙은행(ECB) 및 EU 집행위원회 수뇌와 8일 밤(한국시간 9일 아침 6시 30분께) 비공식 만찬을 끝낸 데 이어 9일 오후(한국시간 이날 밤 11시께) 본회담을 끝낼 예정이며,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지만 정상회동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암울하다.
로이터가 입수해 보도한 정상회담 관련 초안에 의하면, EU 정상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영구 대체할 유럽안정화기구(ESM)를 2012년 7월 이전에 도입하고 여기에 '은행 면허'를 부여할 계획이었으나 독일의 반대로 인해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구(IMF)를 통해 유로 위기국을 우회 지원하려는 계획도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CB가 IMF 회원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ECB가 상호대출 채널로 IMF를 지원하고 IMF가 이것으로 유로 위기국을 구제하는 것이 유럽 조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고, "유로존 중앙은행들이 이런 식으로 우회 지원하는 것 역시 조약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드라기는 이어 독일과 프랑스가 추진에 합의한 '재정 동맹'이 실현되면 ECB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이 확대 해석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발언이 시장에서 (ECB가 그간 자제해온 선을 넘어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재정 동맹이 되면 역내국 재정 통제가 강화되고 이를 발판으로 금융시장이 정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드라기는 또 시장이 기대하는 유로존 위기국 채권 대거 매입에 대해 "디플레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로 위기 해결에 "한 걸음씩"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깜짝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