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나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유예했거나 철폐를 고려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무역 갈등 완화와 협상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5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무렵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85.60포인트(1.14%) 오른 4만3006.5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4.48포인트(1.12%) 상승한 5842.63, 나스닥종합지수는 267.57포인트(1.46%) 뛴 1만8552.73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는 이날 관세 정책 면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은 "우리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1개월 동안 (관세) 면제를 제공할 것"이라며 "상호관세는 여전히 4월 2일에 발효되지만, USMCA에 관련된 회사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1개월 동안 면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 대표들과 만나 관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관세 문제를 두고 통화하기도 했다.
이후 자동차 부문에서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시장에선 관세 전반에 대한 협상 기대감이 강해졌고 저가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캐나다산 에너지에 부과된 10%의 관세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철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롱 재료'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외신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된 관세는 유지되겠지만 캐나다산 에너지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는 철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주가지수는 강하게 반등했다.
장 초반에는 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2월 민간 고용 증가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경기둔화 불안이 확산됐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달 민간 고용은 전달보다 7만7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14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 서비스업 업황이 개선되며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녹였다. 시장은 앞서 2월 들어 제조업 업황이 둔화했다는 소식에 주식을 투매한 바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월의 52.8에서 0.7포인트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 52.7도 상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2월 서비스업 PMI도 51을 기록하며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예비치 49.7도 마찬가지로 상회했다.
버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 분석가는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시장 압력에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백악관이 필요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코프의 멜리사 브라운 투자 결정 리서치 디렉터는 "오늘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잠재적 합의와 구제책을 발표하자 투매가 반전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피로를 느낀 개인 투자자들은 자금을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이날 미국 증시에서 약 12억달러를 빼간 것으로 집계됐다. 변동성이 급증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최고투자전략가는 "관세를 늦추기 위한 마지막 순간 협상이 없다면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경기침체와 하락장 가능성은 35%"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0의 어지러운 행정 명령과 해고, 관세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경제에서도 자신감을 흔들고 인플레이션 공포에도 불을 지폈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와 유틸리티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올랐다. 임의소비재와 의료건강, 산업, 부동산, 기술, 통신서비스는 1% 이상 상승했고 소재는 2.63% 급등했다.
이날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한 달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됐다.
포드모터스는 5.81%, 제너럴모터스는 7.16%, 스텔란티스는 9.24% 뛰었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은 애플이 약보합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19% 뛰었고 아마존과 메타도 2%대 상승률을 보였다. 테슬라도 2.60% 올랐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가 집중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 상승했다. 지수 구성 종목 30개 중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올랐다.
엔비디아는 1.13%, TSMC는 2.38%, 브로드컴은 2.19% 올랐고 ASML은 4% 이상 상승했다.
중국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주식예탁증서(ADR) 기준 트립닷컴은 7.85%, 징동닷컴은 6.86%, 핀둬둬는 6.27%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선 관세 위협에 대한 우려가 확인됐다.
2월 베이지북에선 '관세'가 총 45회 언급됐는데 이는 직전 보고서와 비교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개별 지역 논평 또한 대부분 지역의 관계자들은 "투입물에 대한 잠재적 관세로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보고도 있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상반기에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2.5%로 소폭 상승했다. 전날 마감 무렵엔 18.9%였다. 대신 상반기 내 25bp 인하 확률은 50.8%로 소폭 올랐고 50bp 인하 확률은 25.1%로 내려갔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58포인트(6.72%) 내린 21.93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