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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도심서 수류탄 투척·총기 난사 살상극… 5명 사망 120여명 부상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벨기에 남동부 리에주 시 도심에서 13일(현지시간) 30대 남자가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하는 무차별 살상극을 벌여 벨기에가 충격에 빠졌다.

이 사고로 영유아와 10대, 노인 등 최소 5명이 숨지고,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120여명이 다쳤다.

범인은 현장 부근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며, 테러나 조직범죄가 아닌 범인의 우발적 범행인 것으로 일단 파악되고 있다.

뉴스통신사 벨가와 공영방송 VR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한국시간 오후 8시30분)경 총기소지 전과자로 복역 중 가석방된 노르딘 암라니(33)가 리에주 시 도심 생랑베르광장 버스정류장에서 갑자기 사람들을 향해 수류탄 3발을 던지고 총을 난사했다. 총은 공격용 장총이었다.

이로 인해 15세 소년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으며,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진 17세 소녀와 75세 노인, 생후 17개월 여아도 숨졌다. 현재까지 집계된 부상자도 123명이다.

목격자들은 버스정류장 쪽에서 폭발음이 3차례 잇따라 난 뒤 한 남자가 총을 쏘아댔으며 여러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말했다.

범인 암라니는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다리 위에서 시체로 발견됐으며, 일부 목격자는 범인이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고 전했다.

그는 총기와 마약, 성폭행 혐의로 복역한 적이 있으며, 이날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현지 RTL TV방송에 따르면, 암라니는 과거 약 20 차례 범죄 조사를 받았으며, 특히 지난 2007년 경찰이 로켓포와 AK-47 소총, 연사식 산탄총 등 무기 총 9천500점을 단속한 사건과 관련해 이듬해 약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0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이날 범행의 암라니 단독 소행 여부와 배경 등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엘리오 디 뤼포 총리는 이날 오후 리에주를 긴급 방문해 현지 당국자들과 사건 수습책 등을 논의했으며, 알베르 2세 국왕 부부도 이날 저녁 리에주를 찾아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사건 직후 도심 전역의 통행이 차단되고 대중교통수단도 운행이 전면 중단됐으며, 거의 모든 상점들이 철시해 번화가 생랑베르광장 일대는 연말연시임에도 어둠의 거리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