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대형 상장사들은 내년도 경영에서 북한 리스크보다는 유럽 재정위기를 훨씬 더 심각한 변수로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변동성과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리스크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시가총액 상위 20대 상장사들은 모두 내년 경영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북한 리스크가 아닌 유럽 재정위기라고 20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한 변수는 내년 경영계획을 짤 때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그보다는 유럽 재정위기 시나리오에 따라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북한 변수가 당장 기업에 직접 미칠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유럽 경제불안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며, 이런 것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북한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북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계자 문제로 권력 투쟁이 일어나는 등 북한의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경우 기업 이익이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외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로서는 수출 시장 악화가 더 확실한 어려움이어서 체감도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유럽 시장의 수요가 더욱 위축돼 수출 위주인 국내 대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큰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90%여서 유럽 경기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고, 대외 악재에 민감한 금융업종의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도 "북한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또 실물경기 악화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어 기업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환율변동 가능성을 놓고도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은 수출·내수 기업을 가리지 않고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이 되고, 내수 중심의 기업들도 국내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져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고, LG전자 관계자도 "환율 변동이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총선·대선 등 국내 정치일정에 따른 정치 리스크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앞다퉈 반(反)기업적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 예정된 총선(4월), 대선(12월) 등 굵직한 선거 일정을 놓고 기업들은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무분별한 선거 공약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실장은 "기업들은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