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론스타 결국 4조7천억 `먹튀'… 외환은행 노조 반발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위원회가 27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함에 따라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의 한국 시장 철수가 임박해졌다. 지난 1998년 한국에 진출한 론스타는 14년 만에 무려 4조6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기분 좋게 한국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때부터 매각까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먹튀를 방조하는 원흉이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이번에 수조원을 쓸어담고 유유히 한국에서 떠나게 된 론스타펀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펀드(PEF)로, 하버드대 출신인 존 그레이켄 회장이 1995년 텍사스 인맥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아 창립했다.

펀드 투자자는 주로 개인투자자 신탁, 공공연금기금, 대학기금, 국제금융기구, 은행지주, 보험회사 등으로 알려졌으나, 구성원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폐쇄형 펀드다.

론스타가 처음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진출 초기에는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이고서 되팔아 수익을 냈다. 론스타펀드 2,3호를 통해 지난 2004년까지 사들인 부실채권 규모만 약 5조6천500억원에 달한다.

2000년부터는 부동산에도 손을 댔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에서 6천330억원에 인수한 서울 강남구 스타타워를 3년 뒤 3천120억원의 매각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등 대박 신화를 이뤄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3년 8월에는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하지만 2006년과 2008년 각각 국민은행과 HSBC 매각협상을 벌였지만 잇달아 무산됐고, 외환은행도 지난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외환은행 비상임이사인 마이클 톰슨과 엘리스 쇼트, 유회원 등 론스타펀드 실세들이 개입한 것이 드러나 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서 9년만에 하나금융에 넘기게 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인수금액 1조3천834억원,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에 대한 콜옵션 행사에 7천715억원 등 총 2조1천549억원을 투자하기는 했지만 이후 배당과 지분 매각을 통해 차곡차곡 투자금을 회수했을 뿐 아니라 무려 4조가 넘는 수익을 추가로 챙겼다.

론스타가 거둬들인 수익은 배당금 총액 1조7천99억원, 과거 보유지분 일부 블록세일을 통한 수익 1조1천928억원, 하나금융과 지분 매매계약 대금 3조9천157억원 등이다. 차익이 총 4조6천635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뉴브릿지캐피탈이 지난 1999년 제일은행을 5천억원에 사들여 2004년 1조6천500억원에 되팔아 23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폭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국내 산업자본 논란에다 주가조작 물의까지 일으킨 론스타가 막대한 외환은행 매각차익을 올리고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손수 나서서 도와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당국이 경영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긴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잘못된 주체에게 외환은행을 넘긴 금융당국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하나금융도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노조 김보헌 전문위원은 "외환은행 인수 승인 결정은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에 대한 사망선고다. 은행법상 모든 조항을 사문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하며 "외환은행 매매계약은 원천 무효다. 직원 모두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