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5대 금융지주가 대출 71%, 예금 81% 등 한국의 금융시장을 70% 이상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로 5대 금융지주의 수익은 극대화됐지만, 소비자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KB·신한·우리·하나 등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지난해 9월말 기준)은 71.4%에 달하고 있으며, 예금시장 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은 80.6%(854조원 원화예금 중 687조원)에 이르고 있다.
점포 수도 마찬가지여서 7천525개의 전국 은행 점포 중 5천563개(73.9%)가 5대 금융지주의 점포다.
순익도 전체 은행의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조원의 은행권(18개 은행) 총 수익 중 금융지주 계열 9개 은행의 순익은 84.4%인 10조1천억원. 특히 신한금융의 순익은 3조원을 넘었고, 우리, KB금융도 각각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0년 농협,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은 41.6%, 예금시장 점유율은 48.4%, 점포수는 43.1%였던 것에 비하면
11년만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판도에 큰 변화가 왔다.
순익 규모에 있어서도 당시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은 막대한 적자를 냈고, 나머지 4개 은행의 평균 순이익도 3천2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시장이 금융지주사 체제로 재편되고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시장이 급속히 과점 구도로 바뀌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금융은 각각 주택은행, 조흥은행, 평화은행, 서울은행과 외환은행을 인수합병했다.
지방은행도 경남과 광주은행이 우리금융에, 제주은행이 신한금융에 인수, 은행권은 `5대 금융지주 천하'로 완전히 재편됐다.
신용카드 시장도 금융지주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7년 LG카드를 합병한 신한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23%에 달하고 있으며, KB국민카드(14%), 외환카드와 한 식구가 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등을 합치면 금융지주 계열의 점유율이 50%를 훨씬 넘고 있다.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완성된 5대 금융지주 체제는 은행의 위기 대응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2008년 은행권 총 순이익은 7조7천억원, 2009년에는 6조9천억원에 달했다.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 제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5대 금융지주의 금융시장 장악으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
금융지주의 과점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사라져 대출이자, 수수료 등은 높이면서 예금이자는 낮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61개 증권사가 경쟁하는 증권업계는 고객을 끌어들이고자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00년대 초 평균 0.2%를 웃돌았던 주식 거래 수수료가 최저 0.0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은행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수합병으로 은행 수가 점점 줄어 경쟁이 약해지자 수수료는 고공행진을 이어가 자동화기기(ATM) 이체 수수료가 2천원을 넘는 은행까지 생겨났다.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율은 0.3%지만, 채권으로 운용되는 은행 연금저축의 수수료율은 2배가 훨씬 넘는 0.7~1.0%에 달한다.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에서 과점의 폐해가 가장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09년 2.68%포인트였던 예대마진은 2010년 2.85%포인트로 오르더니 지난해는 2.96%까지 치솟았다.
신용대출 금리의 급등을 막으려고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체계의 개편을 요청했지만, 은행들은 논의하는 시늉만 내더니 흐지부지 덮어버렸다.
금융지주의 또다른 폐해는 은행, 보험, 카드 등 백화점식 영업 때문에 이른바 `꺾기'가 만연한다는 점이다.
서민들과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대출자에게 카드, 보험, 펀드 등의 가입을 가용하는 꺾기는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건수만 1천여건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대형화는 개별 금융사의 수익 극대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쟁의 제한이라는 문제점도 불러왔다. 그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금융지주사들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거둬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소비자에게서 차액을 많이 챙겼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대형화, 과점화로 힘이 너무 세진 은행들이 경쟁을 막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다"며 "수수료, 대출금리, 꺾기 등에서 서민이나 중소기업의 피해가 없는지 감독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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