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경북 영주 휴천동의 한 아파트 20층에서 같은 반 학생들의 괴롭힘에 못 이겨 투신자살한 중학생 이모(14)군이 투신 직전 마음을 바꿔 20층 계단 창문에 매달려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동아일보는 이군이 사망하기 직전 계단 창문에 매달려 살기 위해 몸부림쳤으나 끝내 추락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군이 투신할 당시 이 아파트 20층에 사는 여대생 김모(22)씨가 외출하려고 집에서 나서다 “계단 창문 쪽에서 ‘저기요, 저기요’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20층 계단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던 이군이 창문 틀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던 것.
이군이 창문 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목격한 김씨는 “학생을 돕기 위해 집에 있던 사촌 오빠를 부르러 갔으나, 그 사이 학생이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촌 오빠 이모(22)씨는 김씨의 말을 듣고 곧바로 창문 쪽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떨어져 이군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은 또 아파트 20층으로 올라간 후 뛰어내리기로 결정을 내린 순간까지 계속해서 투신하는 것을 놓고 갈등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CCTV 분석 결과, 이군은 이날 오전 8시9분경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내렸고, 3분 뒤인 오전 8시12분경 같은 반 친구 3명에게 “학교에 늦는다고 선생님에게 말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40분 가량이 지난 후에 자신을 괴롭힌 학생 전모(14)군에게 “내 장례식장에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결국 지난 9시30분에 투신했다.
20층에 올라 투신하기까지 갈등 속에 약 1시간20분 동안 지체하고 있었던 것.
한편, 16일 오전 평상시처럼 부모님께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간 이군은 "같은 반 동급생인 A가 평소 뒤에서 머리를 때리고 괴롭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으며, 오전 9시 30분경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숨져 있는 것을 관리사무소 직원 우모(41)씨가 발견했다. 이군은 이 아파트 1층에 살고 있었다.
자살한 이군은 17일 오후 2시50분경 화장됐으며, 화장유골은 운구차량에 실려 학교를 돌며 작별인사를 했다.
이군은 또 지난 10일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운동에 자필 서명을 하고 지난달 3월 20일부터 이번달 13일까지 경찰에서 주관한 범죄예방교실에도 참여했으며, 지난해 교육청에서 실시한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에서 자살감정지수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상담센터와 연계 병원에서 심층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담센터 선생님과 지난해 11월 5일부터 방학 전까지 9번에 걸쳐 원예반에서 문화체험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자살로 이어져 경찰과 학교에서 실시한 예방 프로그램의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작 괴롭힘을 주도한 전모(14)군은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서명운동에 꼭 참여해야 할 대상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1만 학생 서명운동'은 영주경찰서가 교사, 초·중고교생으로 구성된 또래 폴리스, 자율방법대와 함께 지난 12일부터 영주지역 학교를 돌며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