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강만수 KDB산은금융그룹 회장의 '대공황' 발언이 경제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충격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몇년전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되어 논란을 부추킨 대예언가 레인의 2020년까지의 한국 및 세계 전반에 관한 예언 중 2012년 중순쯤 제2의 경제대공황이 찾아온다는 부분이 맞아 떨어지면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은 5일 산업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제 위기의 본질은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지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 경제는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점저(漸低)의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현 상황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의 위기가 구조적인 문제여서 단순하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회장은 "우리 펀더멘털만으로 보면 점차 오를 수 있겠지만 유럽자금 등의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자금이 들어오면 올라가고 빠지면 내리는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면서 코스피 2,000선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회장의 경제 비관론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위기의 심각성을 거론한 지 하루 만에 나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4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그리스 사태가 조기에 진화하지 못해 스페인으로 전이되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을 초월할 것이다"며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으로 이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회장은 현재 위기의 원인으로 과잉 유동성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지나친 낙관론을 꼽았다.
강 회장은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 타깃을 마이너스 7∼8% 정도로 잡았어야 했고 실제 마이너스 2∼3% 정도가 돼야 했었는데, 플러스 2∼3%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10년 이상 경제가 오버슈팅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가 증발하면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거론하면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 채 그린스펀의 엉터리 예측을 그대로 따라가다 2008년 위기가 일어난 측면이 있다는 외부 평가도 소개했다.
각국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위기를 줄일 해법이 녹록하지 않다는 우려도 했다.
강 회장은 "선진국은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은 투자와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모두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국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데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아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며 나태와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저축을 더 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경제의 펀더멘털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은금융지주가 현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는 "IPO가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민영화 반대론자다. 현 정부에서는 산업은행법에서 명시한 대로 지분을 매각하는 일만 하고 민영화 여부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