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인천공항공사(사장 이채욱)가 세계 제1위 공항인 인천공항의 면세점, 급유시설 등 알짜배기 수익사업을 놓고 민영화를 핑계로 국내 중견기업이나 관광공사 등 토종기업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외면하고 재벌들의 해외 유명기업 유치하거나 재벌특혜만 주고있어 국부유출, 재벌특혜 시비로 논란이 분분하다.
7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9년 인천공항 면세점 공동 마케팅을 하겠다며 '에어스타 애비뉴'라는 합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고객을 더 유치해 면세점 매출액을 높이겠다는 목표에서다. 운영은 공사와 롯데, 신라, DFS, 한국관광공사 등 입점 업체들이 참여하는 '공동프로모션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맡겼다.
공사는 에어스타 애비뉴를 통해 광고ㆍ홍보, 커뮤니케이션 채널(인터넷 홈페이지, 소식지, 안내 책자 발간) 운영, 판촉활동(프로모션)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들어간 돈은 매년 수십억원대로 4년간 200억원대를 지출했다.
올해만해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광고ㆍ홍보 20억원, 커뮤니케이션 채널 10억원(4년간 40억원), 프로모션 23억1000만원 등 53억1000만원의 1년치 용역이 입찰에 붙여져 대행사가 선정됐다. 용역비의 20%는 공사가 내고 롯데면세점 27.7%, DFS 13.22%, 신라 32.03%, 관광공사 6.98% 등의 비율로 분담한다.
문제는 이같은 공동 브랜드 마케팅 사업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사업 주체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다. 매년 50억 원대의 용역을 발주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 주체인 '공동프로모션 추진협의회'는 계약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인'이 아닌 임의단체, 즉 면세점 지점장간 침목회 수준의 단체다. 실무를 담당한 직원도 없고 사무실도 없다. 사실상 공사 실무 담당 부서가 관리를 총괄하고 있고, 구체적인 실무는 용역업체가 맡는 구조다.
이로 인해 공사는 대행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공동 발주'라는 일종의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계약서에 추진협의회가 아닌 공사와 각 면세점의 도장을 모두 찍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추진협회를 통해 진행되는 연 50억 원대의 용역 입찰도 불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례로 공사는 자체 입찰시스템이나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등 공인된 입찰 시스템을 놔두고 임의단체인 추진협의회 명의로 개설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심의 위원 및 기준 선정, 업체 선정 결과 등 입찰 전 과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밀어주기 의혹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실제 최근 진행된 한 입찰과 관련해 특정 면세점 업체 관계자가 공사의 실무진이 모 업체를 밀어주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입찰의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면세점들도 불만이 많다. 면세점들은 지난 2009년 입점권을 따내면서 공사가 느닷없이 계약서에 "매출액 1% 내에서 공동 마케팅 비용을 낸다"는 조항을 삽입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내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수십억원의 돈을 매년 내지만 에어스타 애비뉴 운영은 사실상 공사가 맡아서 하고 있다"며 "우리 돈을 가져가 자기들이 마음대로 쓰는 형국인데, 다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 2월 면세점 사업을 접는다. 한국관광공사 노사는 “관광공사의 면세점 퇴출은 롯데와 신라 등 재벌들의 면세점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키고 국산품을 홀대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인천공항과 인천항, 부산항, 평택항, 군산항 등 5곳의 면세점 운영이 내년 2월로 종료된다고 15일 밝혔다. 관광공사는 5곳의 면세점에서 2010년 1800억원, 2011년 20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면세점 시장 규모는 4조2000억원이다. 이 중 롯데가 50.8%, 호텔신라가 28.4%로 두 대기업이 점유율 79.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07년 13%에서 지난해 4.2%로 점유율이 줄었다.
한국관광공사는 공공성을 우선하는 관광공사가 면세점을 하지 못하면 국산품 판매가 크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제품 비중이 더 커지고 관광문화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한국관광공사의 국산품 비중은 35%, 롯데 24.2%, 신라는 16.5% 정도이다.
또, 인천국제공항에서 급유시설의 민영화와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퇴출을 놓고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대한항공 자회사가 대주주인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이 민영화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급유시설은 국내 민자시설 중 유일하게 매년 60억∼70억원의 흑자를 낸 알토란 같은 기업이다.
한국공항(61.5%)과 인천국제공항공사(34%), 정유사(4.5%)가 1038억원을 투자해 2001년 설립한 급유시설은 민간 운영기간 11년이 종료돼 오는 8월13일 정부에 기부채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면 소유권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갖고, 운영권은 아웃소싱이나 민간 임대 등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그러나 인천공항 관계자는 “급유시설을 민영화하면 대한항공이 다시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사실상 특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2008년 314억원을 들여 급유배관 21㎞를 설치했고, 내년 8월까지 300억원을 들여 항공유 탱크 등을 짓고 있다. 이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면 공항공사가 통합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인천공항 민자시설 처분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시설로 특정 항공사의 지배하에 두지 말아야 한다”며 “급유 제공으로 창출한 이윤은 공항시설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소유권이 처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급유시설 노조는 “급유시설이 민영화되면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만큼 민영화 저지를 위해 항공기 급유 중단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대부분의 선진국 사례와 같이 국내에서도 민간운영이 되어야 하며 효율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공개 경쟁하여 민간 운영 업자가 선정되면 특혜 시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