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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제 등 212품목 일반약으로 전환… 사전피임제는 전문약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사후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사전피임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다.

또 위장치료제 '잔탁'은 일반의약품으로,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의 어린이용과 간기능개선제 '우루사'의 고용량은 전문의약품으로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일 국내 허가된 모든 의약품 3만9천254개 품목을 대상으로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다. 이번 재분류에 따라 전체 의약품 중 1.3%에 해당하는 526개 품목의 분류가 바뀌었다. 일반에서 전문으로 전환이 273개 품목, 전문에서 일반으로의 전환이 212개 품목이다. 나머지 41개 품목은 전문과 일반에 모두 포함되는 동시분류로 지정했다.

일반에서 전문으로 전환된 주요 품목은 사전피임제, 어린이키미테, 우루사정200㎎, 아루사루민액, 클리다마이신·에리트로마이신 외용액제, 트리암시놀론아세토니드 0.1% 크림제 등이다. 전환 사유는 부작용 관리, 용법·용량, 약리작용 등에 의사 감독이 필요하거나 장기사용시 내성이 발생할 우려 등이다.

전문에서 일반으로 바뀐 주요 품목은 사후응급피임제, 잔탁정75㎎, 로라타딘정,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 등이다. 식약청은 이들 품목이 부작용 발현 양상에서 특이사항이 없고, 미국 등 의약선진 8개국 중 5개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점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먹는 사전피임제가 국내에 도입된 지 44년만에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게 된 반면, 사후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바뀌어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재분류 작업은 기존 의약품 분류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약단체, 소비자단체, 언론 등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추진했으며, 전문가, 의약단체 등의 의견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마련한 의약품 분류 세부기준을 따랐다. 투여시 의사 지시가 필요하거나 오남용 우려가 있으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식약청은 이번 재분류안을 마련하며 동시분류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동시분류란 성분·함량·제형 등이 같은 의약품이지만 효능과 효과를 달리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영국·스위스·일본 등에서는 첫 허가를 낼 때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다가 사용경험이 축적되면 동시분류 또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동시분류한 41개 품목은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파모티딘정10㎎, 락툴로우즈·락티톨제 등이다. 소비자가 증상 완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의사 처방 없이 쓰거나 의사 진단과 처방을 받아 전문적으로 쓸 수도 있다.

식약청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이번 재분류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다음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피임제의 경우 의약계, 종교계, 여성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엇갈려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고 약사와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앞으로 의약품을 정기분류와 수시분류로 나누고 재분류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사전피임제 전문의약품 전환

이번 재분류로 사전피임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게 됐다. 식약청은 사전피임제의 전문약 전환 이유에 대해 부작용과 약물상호작용 측면에서 의사의 지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전피임제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 복용하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로 대개 21일간 복용하고 7일 휴약하는 주기를 반복한다.

국내에는 멜리안정, 미뉴렐정, 마이보라, 머시론정, 에이리스정, 아스메이트20, 트리퀼라, 쎄스콘정, 미니보라30, 야즈정, 야스민정 등 11품목이 있다. 이 중 최근 허가를 받은 야즈정과 야스민정은 처음부터 전문약으로 분류됐으나 이전에 허가된 9개 품목은 일반약이었다.

사전피임제가 국내에 처음 들어올 당시에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사전피임제를 보건소 등에서 보급하기 위해 일반약으로 분류했으나 최근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전환하게 됐다는 게 식약청 설명이다.

흡연 여성의 경우 심장혈관계 부작용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등 에스트로겐과 관련된 종양이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 간염·비만·고혈압·편두통·우울증·비만이 있거나 40세 이상인 여성에게도 투여해선 안된다.

특히 사전피임제는 항생제, 신경안정제 등 다른 약물과 함께 먹었을 때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약효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청은 또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이번 재분류시 참고한 외국도 사전피임제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후피임제 일반의약품 전환

일반의약품으로 바뀐 사후긴급피임제의 경우, 부작용 발현 양상이 사전피임제에 비해 적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사후피임제는 콘돔 손상, 사전피임제 복용 누락, 성폭행 등으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고 낙태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응급 조치다. 주요 성분인 레보노르게스트렐이 사전피임제보다 10~15배 높아 일상적인 피임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국내에는 2001년 첫 허가 이후 노레보정, 노레보원정, 쎄스콘원앤원정, 엠에스필정, 레보노민정, 엔티핌정, 세이프원정, 레보니아정, 레보이나원정, 포스티노-1정, 애프터원정 등이 출시돼있다.

사후피임제는 배란과 수정을 억제해 피임효과를 내며, 수정란이 착상된 이후엔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교 후 늦어도 72시간 내 복용해야 한다.

주요 부작용은 구역, 구토, 생리주기 변화 등이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48시간 내 사라진다. 그러나 난관염·골반염 등으로 자궁외 임신 우려가 있거나, 중증 간질환이 있는 경우는 신중한 투여가 필요하다.

사후피임제는 의약선진 8개국 중 5개국에서 연령제한 등을 두고 일반약으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