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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일감몰아주기 공정위 처벌… 재벌 첫 사례

[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C&C에 대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내역을 적발해 처벌할 예정이다. SK그룹 일감몰아주기는 공정위가 처벌한 재벌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물론 SK그룹이 공정위 상대로 소송을 해 이기면 처벌이 중지된다.

24일 공정위와 SK그룹측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초 전원회의를 열어 SK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심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말 SK계열사를 중심으로 두달 넘는 고강도의 현장조사를 펼쳤으며 이 과정에서 SKC&C에 대한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내역을 적발했다. 이같은 적발 내역들을 바탕으로 공정위는 SK그룹에 대한 과징금 규모 등 처벌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 등 SK계열사들이 SKC&C 등 다른 계열사로부터 전산관리 시스템을 공급받으면서 납품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쳐준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SKC&C의 최대주주는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다. SKC&C는 동시에 지주회사인 (주)SK의 지분 31.82%를 갖고 있다.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공정위는 이런 SK그룹의 지배구조상 계열사들이 수의계약을 통해 SKC&C로부터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납품을 받는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대신 총수 일가가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공정위 발표 자료에 따르면 SKC&C의 SK그룹 내부거래 규모는 약 9400억원(2010년 기준)이며 이중 90% 가량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
 
공정거래법 23조와 24조에 따르면 이처럼 부당한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했을 경우 관련 매출규모의 2~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규모는 최대 수백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납품가를 높게 받는 방식으로 지원을 받은 SKC&C는 정작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는 부당한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이번 SK그룹 처벌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식 부당 계열사 지원 행위 제재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총수 일가의 편법 재산 증식 및 상속을 위한 편법으로 규정하고 과세 및 처벌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웅진(과징금 34억원). STX(11억원), 한화(14억원)그룹 등이 공정위로부터 일감몰아주기로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SI계열사에 대한 후속 일감몰아주기 처벌이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대한 내부점검이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5대 그룹 계열 SI업체들의 내부거래 규모는 총 4조9650억원으로 이들 그룹 전체 내부거래(15조7170억원)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SI업체 별로는 삼성SDS 2조2880억원, 현대오토에버 4800억원, LG CNS 9360억원, 롯데정보통신 3270억원 등이다.

5대 그룹에 속한 재벌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처벌을 받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번 SK그룹에 대한 재제 조치가 재벌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처벌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