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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굴욕, '디자인 별로 안 좋아서?' 영국서 애플에 갤럭시탭 소송 승소

[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삼성전자가 태블릿PC 갤럭시탭 소송과 관련 미국에서의 패소를 만회하며 영국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똑같은 소송에 대해 양국에서 다른 판결이 나와 향후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겼지만 약간은 굴욕적인(?) 승리라 찜찜한 뒷맛도 남기고 있다.

영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10.1 등 갤럭시탭 제품군에 대해 애플이 제기한 특허 침해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 10.1, 갤럭시탭 8.9, 갤럭시탭 7.7 등 제품군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9월 낸 '비침해 확인 소송'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삼성전자 갤럭시탭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소비자들이 두 제품을 혼동할 만큼 디자인이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콜린 브리스 판사는 갤럭시탭이 애플이 특허권을 주장하는 아이패드 디자인의 단순성을 모방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리스 판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제품이 애플의 아이패드와 혼동될 만큼 좋지 않다(not as cool)"고 평가해 영국 내 제품 이미지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도 기분이 썩 좋을수만은 없는 판결내용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애플의 디자인 특허(RCD 000181607-0001)는 미국 법원이 문제 삼아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던 것과 같은 특허로, 태블릿PC 제품이 사각형 모양에 모서리가 둥글고 앞부분이 평평하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법원의 이번 결정은 지난달 갤럭시탭 10.1 모델의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결정과 상반되는 결과여서 향후 미국 등에서 진행될 본안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승소 전망을 밝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것이다.

또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금지를 당한 갤럭시탭 일부 제품군이 유럽 시장에서는 다른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도 생겼다.

영국은 미국과 같은 영미법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 특허 등과 관련해서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과 유럽공동체특허(Community Design)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미국 법원의 판결보다 영국 법원의 판결이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들의 소송에 영향을 줄 개연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타사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지만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을 가지고 무리한 주장을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며 "당사의 이 같은 주장을 재확인해준 영국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