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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 고소득자·대기업 증세… 영세업자·중소기업엔 세제지원 확대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줄이고 현금 소득공제율은 늘리며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는 폐지한다.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5%로 올리고 파생상품 거래에도 세금을 매기는 등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해서는 증세에 나서는 반면 영세업자와 중소기업에는 세재지원을 확대한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에도 근로장려금을 제공하고 국외 증여를 통한 세금 탈루를 막는 조치를 만든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박재완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세법개정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20%에서 15%로 줄이고 현금영수증은 20%에서 30%로 늘렸다. 직불카드는 30%를 유지했다.

'장마저축' 비과세는 18년 만에 폐지하되 재형저축을 18년 만에 되살렸다. 재형저축은 총급여 5천만원 이하 근로자나 소득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로 제한했다. 만기 10년 이상 최장 15년간 이자소득이 비과세되고 불입한도는 월 100만원꼴이다.

장기펀드의 소득공제도 신설했다. 가입자격은 재형저축과 같으며 만기 10년 이상 최장 10년간 납입액의 40%를 연간 24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세제 혜택은 연장되거나 확대되는 대신 대기업 증세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대기업 증세의 대표적인 사항으로 대기업의 최저한세가 올라간다.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과표 1천억원 초과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은 14%에서 15%로 조정했다. 최저한세는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할 세액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은 현행 4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낮아져 신고대상자는 4만~5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4만9천명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 대상자가 2배로 늘고 12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범위도 넓어졌다. 과세하는 대주주 범위(유가증권시장)가 '지분율 3% 이상,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지분율 2% 이상, 시가총액 70억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파생상품 거래세는 2016년 시행된다. 세율은 코스피200 선물의 약정금액에 0.001%,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금액엔 0.01%를 적용한다.

국내 재산을 국외로 유출해 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례를 막고자 비거주자의 증여세 과세 범위를 확대했다. 지금의 증여세 과세 대상 범위가 비거주자는 국내 재산으로 한정됐지만, 국외 재산까지 포함된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를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노인 1인 가구도 연소득 1천300만원 미만이면 내년부터 최대 연 70만원의 근로장려금을 받게 된다.

주택담보노후연금(역모기지) 활성화를 위해 민간은행의 역모기지에도 주택금융공사와 같게 이자비용 연금소득공제를 적용해준다.

지난해 임시투자세액공제에서 옷을 바꿔 입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고투)는 고용 창출과 연계성이 다소 강화됐다. 일반기업의 기본공제는 4%(수도권 내 3%)에서 3%(수도권 내 2%)로 낮추고 고용증가에 비례한 추가공제는 2%에서 3%로 늘렸다. 고투에서 기본공제율을 축소한 것이 대기업의 세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으로 세수 증대 효과가 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부는 추정하고 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군 복무 후 복직시키는 중소기업은 복직자에게 지급한 급여액의 10%를 2년 간 세액공제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최근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즉시연금'의 비과세 요건은 깐깐해진다. 목돈을 맡겼다가 연금으로 받는 즉시 장기저축성보험의 납입보험료 등을 중도에 찾으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등 2만1120원을 비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중골프장들의 반발과 '부자감세' 논란 등으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개별소비세를 매기는 고가품에 내년부터 '고가 가방'도 포함시켰다. 수입신고가격이나 출고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고가 가방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세율은 200만원 초과분의 20%다. 여기에 교육세가 개별소비액의 30% 수준으로 추가된다.

부동산 부문은 '5·10 부동산 대책'에서 이미 발표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와 주택의 단기양도에 대한 중과세 완화는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반대 기류가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연금소득에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퇴직소득 과세는 정상화한다.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자 분리과세 대상금액을 '공적연금 포함 600만원 이내'에서 '공적연금 제외 1천200만원'으로 늘리고 세율을 5%에서 3~5%로 낮췄다. 퇴직금의 연금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연금소득(3%)보다 높게 3~7%로 조정했다.

관심이 쏠렸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았다. 정부는 과표구간 상향과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큰 방향은 제시해 국회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세 과표구간을) 미세조정하는 대안이 있다"며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으로 5년 동안 1조6천6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으며 세부담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99.8% 귀착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12년 세법개정안에는 고용창출, 내수활성화 및 서민생활 안정, 재정건전성 제고, 조세제도 선진화 등 네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 등은 바람직한 변화 방향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현 정권 마지막 세법 개정이라는 부담 탓인지 대부분 `미세조정'에 그쳐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