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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애그플레이션에 채소·생선·음료·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전방위 폭등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계속된 폭염과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으로 채소, 생선, 음료,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 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오르지 않는 먹거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가뭄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의 폭등으로 연말이 다가올수록 식품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례적인 폭염이 계속된 탓에 푸른잎 채소를 중심으로 채솟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당 4100원에 거래되던 시금치는 이달 17일 8400원까지 2배나 폭등하고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상추 1봉(150g) 가격이 지난달 1천원에서 두 배나 뛴 2천원을 기록하는 등 여름 식탁에 단골로 오르는 시금치와 상추 등 가격이 한 달 전과 비교해 배 가까이 상승했다.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취청오이 등 오이류도 한 달 새 44~104% 급등했다. 상추류 가격은 100g당 680~700원에서 900원가량으로 뛰었고, 열무와 깻잎도 각각 18%, 16% 뛰어올랐다. 배추 가격은 포기당 2700원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3천원에 육박한다.

이 밖에 애호박(30%), 양배추(20%), 생강(13%) 등도 한 달 새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상고온에 따른 해파리 출몰과 적조현상으로 남해안 양식장의 어류가 집단으로 폐사한 영향 등으로 인해 생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일년전 4㎏ 한 상자에 6만3천원이던 갈치 도매가격은 최근 11만원까지 거의 두 배나 올랐다. 명태 10㎏ 한 상자는 4만8천원에서 7만3천원으로, 굴(2㎏) 가격은 8천원에서 1만1천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일본 원전 사고 후 일본산 수산물이 자취를 감춘데다 치어(어린 고기)마저 마구 잡아들이는 어류 남획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음료와 가공식품 등도 인하되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이 햇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오뚜기도 즉석밥 가격을 인상했다. 이 밖에 동원F&B와 사조그룹은 참치,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는 음료수, 삼양라면과 팔도는 라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가격을 인상했다.

문제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생활물가가 더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 밀, 콩의 국제 가격이 이달 들어 폭등했는데 수입 가격은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돼 국내 식탁 물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연말이 되면 밀가루가 올해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하고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는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다. 사료 가격의 급등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곡물실장은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워낙 낮아 국제 가격의 변동에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며 "연말이 되면 식재료 가격은 다시 한번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