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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유류·교통·전기·전세 등 다 올라… 서민가계 '비상'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먹거리에서 유류, 교통, 전기, 전세에 이르기까지 서민 물가가 줄줄이 인상 대열에 올라 서민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들썩이며 물가대란 조짐이 보이자 당국에서도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물가대란의 신호탄은 먹거리 품목들이 가장 먼저 쏘아 올렸다.

폭염과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의 여파로 농수산물값이 폭등하고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17일 기준 4㎏들이 시금치 중급 한 상자 가격은 한 주 전보다 44.9% 상승한 2만8582원에 형성됐으며, 상추 4㎏ 한 박스 가격도 1만4935원으로 지난주보다 37.8%이나 뛰었다.

이 같은 엽채류들은 이상 고온이 계속되자 잎이 시들어 가격이 급등했다.

이 밖에 배추도 10㎏ 그물망 보통 기준 가격이 5448원으로 한 주 전보다 10% 가까이 상승했으며 홍고추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서 김장철까지 폭염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도매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당 4100원에 거래되던 시금치는 이달 17일 8400원까지 2배나 폭등했고,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상추 1봉(150g) 가격이 지난달 1천원에서 두 배나 뛴 2천원을 기록했다.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취청오이 등 오이류도 한 달 새 44~104% 급등했다. 열무와 깻잎도 각각 18%, 16% 뛰어올랐다. 배추 가격은 포기당 2700원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3천원에 육박한다. 이 밖에 애호박(30%), 양배추(20%), 생강(13%) 등도 한 달 새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상고온에 따른 해파리 출몰과 적조현상으로 남해안 양식장의 어류가 집단으로 폐사한 영향 등으로 수산물 가격도 크게 뛰었다.

1년전 4㎏ 한 상자에 6만3천원이던 갈치 도매가격은 최근 11만원까지 거의 두 배나 올랐다. 명태 10㎏ 한 상자는 4만8천원에서 7만3천원으로, 굴(2㎏) 가격은 8천원에서 1만1천원으로 치솟았다.

생삼치는 어획량이 절반 가까이 줄며 산지 시세가 30% 상승했다.

병어도 수확량이 지난해의 50%로 떨어졌고 대표적 여름 생선인 민어도 어획량이 줄었다.

이에 따라 병어 가격은 지난해보다 25% 넘게, 민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값이 올랐다.

가공식품은 라면, 과자, 통조림, 음료, 주류 등 사실상 전분야에서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값을 10년만에 9.4% 인상했고, 동원과 사조 등 통조림업계도 지난달말 참치캔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국민스낵 새우깡 값을 11.1%나 올렸고,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 등 6개 라면 값을 50~60원 인상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도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고, 팔도 등도 라면값을 조정할 방침이어서 가공식품 값은 앞으로도 줄줄이 상승할 전망이다.

동원F&B와 사조그룹은 참치 캔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도 콜라와 사이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50원 안팎에서 올렸다.

오비맥주는 20일부터 카스와 골든라거 등 전 제품의 출고가를 5.89% 인상하고, 하이트도 지난달 맥주 출고가를 5.93% 올렸다.

문제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생활물가가 더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 밀, 콩의 국제 가격이 이달 들어 폭등했는데 수입 가격은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돼 국내 식탁 물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연말이 되면 밀가루가 올해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하고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는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다. 사료 가격의 급등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이런 가운데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973.95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7월16일 1891원에서 한 달만에 80원 넘게 올랐다.

이란 사태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바이유가 8월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대중교통 요금도 상당수 하반기 중 크게 인상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3년마다 인상되는 택시 요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부산은 이미 내년 2월 택시 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900원으로 31.8% 인상하기로 확정했고 서울시에도 현재 2400원인 기본요금을 3200원으로 33.3% 올리는 방안이 접수됐다.

2년 주기로 오르는 일반 완행버스, 직행버스, 고속버스 등 '3대 시외버스' 요금도 올해 말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도 잇따라 요금을 올리고 있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1일부터 국내선 공시운임을 평균 9.7% 올리기로 했고, 제주항공은 제주행 국내선 운임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해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 중이다.

티웨이항공도 다음달께 국내선 운임을 인상할 예정이며 취항 이래 한 번도 운임을 올리지 않은 진에어도 다른 항공사의 동향과 환율 및 유가 움직임을 지켜보며 김포~제주 노선의 요금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아울러 이달 초 평균 4.9% 인상된 전기요금은 여전히 유류·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연료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연말께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매매에서 전세로 옮겨타고 있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영향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들썩거리고 있는 점도 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1% 올라 지난해 10월 셋째주 이후 10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가을 이사철에 본격 진입하면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처럼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자 정부에서도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7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관계부처들은 선제적으로 물가관리대책을 강구해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