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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부도공포…"대선혼란에 환율하락까지"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내년 상반기 3조원 회사채 만기…자금조달 어려워

건설사들이 다시 부도공포에 빠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 3조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게다가 내년초까지는 대통령 선거와 새정부 출범 등에 따른 혼란기여서 정부의 민첩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걱정이 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견 건설사의 연쇄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환율하락 직격탄

1일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무엇보다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80원 내린 1천90.7원에 장을 마쳐 연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올해 5월25일 달러당 1천185.5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만에 94.8원 내린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해외공사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형근 연구원은 "달러로 공사대금을 받는 만큼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해외공사에만 집중하는 회사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송흥익 연구원은 "환율하락으로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엔지니어링 산업에서 환위험 노출은 전체의 25%로, IT나 자동차처럼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위축된 해외 수주가 더욱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금액은 2010년 716억달러에서 2011년 591억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8월말까지는 360억달러로 집계됐다.

해외수주가 흔들리면 중소형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까지도 생존 위협을 받는다.

◇ 중견사들도 위험

이미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00대 건설사 중 20여곳 이상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풍림산업, 삼환기업[000360], 남광토건[001260], 벽산건설[002530], 극동건설 등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중앙건설[015110]은 주가가 액면가의 20% 이하로 떨어진 채 회복이 되지 않아,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가 우려된다고 공시했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되는 건설사 공모회사채가 3조2천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문제다. 회사채 신규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투자자들이 건설사 회사채를 외면하면서 사실상 길이 막힌 상태다.

송흥익 연구원은 "아파트 경기가 돌아서지 않고 미분양 처리를 통한 매출채권 회수가 안되면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며 "내년에 다시 한 차례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때에는 4대강으로 중소건설사 유동성이 공급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민간 경기에만 의존해야 한다"면서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등 고비가 오는데 현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으니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대통령 선거와 정권인수위 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도 제대로 된 정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 초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