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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풀리는듯 하더니 또다시 꼬여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성장-부채, 애초보다 더 심각..FT "EU, 해결 `물건너 갔다' 실토"
그리스 의회, 트로이카 합의안 표결 연기.."300억유로 추가 지원 불가피"
伊 중앙은행장 "伊 경제, 악순환 빠질 위험 크다"

그리스 사태가 어렵사리 풀리는듯싶더니 또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스가 구제 '트로이카'와 채무 감축 시한 연장을 조건으로 추가 긴축에 합의했으나 야당이 제동을 걸어 의회 표결이 내주로 연기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채무 감축 목표 달성도 애초 제시된 것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 그리스 의회에 제출된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의 채무율이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189%에 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2014년에는 192%까지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리스가 애초 제시했던 내년 채무율 167%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리스의 성장 전망도 더 나빠져 내년에 마이너스 4.5%에 달할 것으로 아테네 측이 새롭게 관측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미 침체에 빠진 그리스는 올해도 GDP가 2.4% 위축될 것으로 그리스 정부가 앞서 전망했다.

FT는 새로 예상된 채무율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상황 악화'라며 지난 3월 수정해 내놓은 171%도 웃도는 것임을 상기시켰다.

IMF는 당시 그리스의 성장과 재정 상황이 더 나빠졌다면서 이처럼 채무율 전망치를 높였다.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은 FT에 그리스의 채무율을 2020년까지 120%로 낮추려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실토했다.

FT는 이와 관련, 유로국 재무장관들이 31일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콘퍼런스 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유로 재무장관들이 오는 12일의 회동에 앞서 그리스 타결안을 트로이카로부터 보고받을 계획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31일 트로이카 보고서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어물쩍 덮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는 지난 30일 135억 유로를 추가 긴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신 그리스의 요구로 채무율 감축 시한을 2년 늦추는 조건이 첨부됐다.

그러나 공공 부문 민영화와 연금 및 복지 감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에 그리스 제1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이 반발해 표결이 내주로 연기됐다.

노동계도 또다시 총파업할 것임을 위협했다.

로이터는 그리스에 2년 더 시간을 주려면 300억 유로가 추가 지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유로 재무장관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관계자들은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스 구제 금에 적용하는 금리를 낮추고 그리스 채권을 현재 시세로 되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U)이 550억 유로에 달하는 기보유 그리스 채권으로 이익을 내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탈리아 쪽에서도 '폭탄선언'이 나왔다.

FT에 의하면 이그나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장은 31일 로마의 금융인 회동에 참석해 "이탈리아 경제가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저성장과 저축 감소, 그리고 가계 불안 증가로 성장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이탈리아의 실업률이 10.8%로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임을 상기시켰다.

청년 실업률은 35%가 넘는 점도 덧붙였다.

비스코는 채무의 심각성도 경고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공공 채무가 2조 유로가량으로 GDP 대비 126%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것이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FT는 이탈리아가 선거를 앞두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마리오 몬티 총리에 대한 지지 철회를 경고하는 등 정정이 극히 불안한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