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최근 미얀마 정부가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에서 국내 은행권이 앞다투어 미얀마 진출을 추진하고 나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달 미얀마 양곤에 사무소를 냈다.
우리은행은 2014년 초까지 양곤사무소를 지점이나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고서 현지 점포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총자산 기준 미얀마 3위 민간은행인 에이야와디은행과 이달 초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었다.
기업은행도 올해 안에 사무소 설립을 거쳐 2014년까지 현지 은행과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지역전문가 1명을 보내 시장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미얀마에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외국계 은행의 영업을 금지하는 규제가 풀리면 곧바로 현지에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현지 은행과의 합작 형태로 할지 단독 법인으로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미얀마에 국내 은행이 진출한 것은 지난 1996년 사무소를 낸 외환은행이 처음이지만, 이 사무소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1년여만에 폐쇄됐다.
이후 군부정권이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은 탓에 미얀마는 10여년간 은행권 동남아 진출의 사각지대로 남았지만 지난해 4월 출범한 민선정부가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은행권에서는 미국의 경제제제 조치가 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4월 제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한 만큼 미얀마 경제가 앞으로 급속하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는 최근 미얀마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베트남의 5.6%보다 높은 6.0%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군부세력이 아직 건재해 미얀마 개방의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손승호 선임조사역은 "군부세력은 본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일정 범위 안에서 경제개혁 방안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