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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이화령에 고라니 출현… 생태축 복원 시작돼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1925년 단절된 이후 87년만에 복원된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에 야생동물인 고라니가 출현, 복원된 한반도의 중심 생태축을 따라 야생동물의 이동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지난해 48억원을 들여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사이에 있는 이화령 고개에 길이 46m, 폭 14m, 높이 10m의 터널을 만들고, 터널 상부에 단절되기 이전 높이인 해발 548m까지 흙을 쌓은 후 나무를 심어 생태통로를 조성해 단절됐던 백두대간을 87년만에 복원했었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31일 이화령 구간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에서 처음으로 고라니의 이동장면이 포착됐다.

행안부는 이화령 구간 복원 한달 만인 작년 12월 14일 이 일대에 CCTV 2대를 설치해 야생동물의 이동상황을 모니터링해왔다.

촬영 17일만인 구랍 31일 오후 5시 23분께는 조령산에서 백화산으로 이동하는 고라니 한 마리가 CCTV화면에 포착됐다. 오후 5시 42분께는 괴산군 방향에서 조령산으로 이동하는 암컷과 수컷으로 추정되는 고라니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4~5일에도 야간에 고라니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고라니의 배설물도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야생동물연합 조범준 사무국장은 "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축으로서 중요한데도 그동안 단절돼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지만 이번 고라니 이동을 볼 때 생태축 복원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고라니뿐 아니라 산양, 삵, 담비 등 멸종위기종도 다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이번 고라니의 이동은 단절됐던 이화령 구간의 생태계가 복원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복원이 시급한 백두대간 단절구간을 잇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향후 장수 육십령, 문경 벌재, 상주 비재 등 백두대간 단절구간 12곳을 추가로 복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