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키프로스 사태 수습의 '마지노선'인 유로존 퇴출 문제가 유로 그룹 실무 접촉에서 공개 논의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 접촉에서는 키프로스 퇴출 시 유로존 위기국인 그리스 등으로 충격이 전이되지 않도록 울타리를 칠 필요가 있다는 언급까지 나와, 키프로스의 퇴출 가능성을 적지 않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키프로스 은행 영업이 26일(이하 현지시간) 재개되면 자금이 대대적으로 빠져나가 파국을 맞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5일까지만 키프로스 은행에 긴급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때를 같이하는 것으로, ECB는 키프로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ELA)을 지난 1월 2개월 연장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 대변인은 21일 "키프로스 상황이 질서 있고 통제되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여전히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이 발언이 나온 직후 익명의 소식통은 AFP에 "니코시아가 26일까지는 `플랜 B'를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유로존에서 퇴출당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로 그룹 실무 회동에서도 키프로스 퇴출 문제가 '공론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입수한 유로존 차관급 긴급 전화 접촉 회의록에 의하면, 이 접촉에서 "키프로스(의회)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왔고, 이로 인해 키프로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는 문제도 공개 논의됐다.
이 회동에서 프랑스 관계자는 "(키프로스) 의회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어떤 방안도 내놓지 못할 것"이라면서 키프로스 측이 전화 접촉에 불참한 점을 특히 걱정한 것으로 지적됐다. 키프로스는 차관급 긴급 접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고 불참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될 경우 그리스를 비롯한 다른 유로존 위기국으로 충격이 전이되지 않도록 '울타리'를 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프랑스 관계자가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가 주관한 이번 전화 접촉에는 ECB와 EU 집행위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ECB 참석자는 키프로스 은행 영업이 26일 재개되면 자금이 대대적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이를 막으려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EU 소식통은 키프로스 은행이 다시 열리면 70억 유로가 빠져나갈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파국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AFP는 "EU가 키프로스 측에 강력한 자본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이와 함께 부실한 키프로스 양대 은행 통합 준비도 니코시아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이 접촉에서는 키프로스 은행이 경제에 비해 너무 비대한 점도 지적됐다.
EU 집행위가 1년 전 낸 보고서에 의하면, 키프로스 은행의 자산은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5배 이상으로 분석됐다. 키프로스의 GDP는 180억 유로에 못 미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지난주 "키프로스 은행 규모가 경제보다 너무 크다"면서 "문제 해결이 어려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키프로스 경제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로 그리스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금융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겨 마냥 느긋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U 고위 관계자는 집행위가 지난 2011년 11월 키프로스에 이런 점을 경고했으나 당시 니코시아 측이 무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