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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용률 70%' 프레임이 진짜 문제 가리고 있다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였던 '고용률 70% 달성'의 방법론이 제시된 셈이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 확충'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번 로드맵은 일자리에 관한 진짜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고용률 70%'라는 프레임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사람들이 고용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로 대변되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상시적 고용조정에 대한 불안감이다. 또한 한번 낙오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청년 실업이 심화되는 등 사회적 비효율과 비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그대로 둔 채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한다고 한들,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정부가 내놓은 해법처럼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풀릴 수 있을지는 더욱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불법·편법적인 비정규직 사용과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법파견 문제 해법으로 '판결이 나면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시간제 근로자 보호법'을 만들겠다고 말하기 전에,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의 현실화와 사회보험 확대 또한 정부의 의무다.
 
무엇보다 정부가 고용 문제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공공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지금의 공무원 총고용인원이나 인건비 총액을 그대로 둔 채 늘릴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일자리는 5% 정도로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위해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꼭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일자리 로드맵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오히려 4대 사회서비스 분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라고 본다. 정부는 2017년까지 경찰·교원·소방·복지·고용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2만명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경찰 2만명 증원을 약속한 바 있듯이, 공공부문 일자리는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고용도 늘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가 이번 일자리 로드맵의 모델로 계속 언급하고 있는 네덜란드 사례의 원동력이 된 바세나르 협약은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노사가 임금인상 억제를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정착되기는 커녕, 노사가 서로를 대화의 파트너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 이런 상호불신에는 그간 정부의 노동배제적 정책이 한몫을 해왔다. 남의 나라 사례가 좋아 보일 수는 있어도, 지금 당장 우리 사회는 그러한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는 사회적 신뢰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정부가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 고용률 70%는 그 다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