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론스타가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임을 입증하는 문건과, 은행 인수자가 산업자본인 경우에는 예외승인도 불가능하다는 점이 적시된 문건이 추가 공개됐다.
23일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와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은행 인수는 은행법 및 은행법의 규제취지에 대한 주무관청의 유권해석을 모두 위배한 무효임을 밝혔다.
공개된 첫번째 문건은 정확히 10년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던 시점인 2003년 7월23일 당시 추경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現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당시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에게 보고한 '론스타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관련 금감위 간담회 계획'(이하 추경호 보고문건)이라는 내부 문건이다. 김진표 재경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이 블룸버그 통신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수 있다는 인터뷰가 나간 다음날이다.
◆ 재경부·금융당국 산업자본 숙지 정황 나왔다
이 문건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예외승인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인수자가 산업자본인 경우에는 예외승인도 불가능하다는 점이 적시되어 있다. 재경부와 금융당국이 사전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대책을 세운 의혹이 짙다.
이제까지 예외 승인의 경우에는 비록 인수자가 산업자본이라도 은행 인수가 가능했던 것처럼 알려져 왔다.
은행법상의 근거 규정은 없지만,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에 따라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면 예외승인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즉, 론스타는 비록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예외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간 금융당국의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론스타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사실상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경호 보고문건은 예외승인 요건으로 ▲금융기관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며 ▲증자에 따른 주주구성의 변동이 산업자본의 과도한 은행지배 방지라는 은행법상 소유구조 관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문제가 없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고 있다. 당시 은행법 제16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문건은 결국 산업자본이면 어떠한 경우에도 '은행을 과도하게 지배하는 주주'가 될 수 없고, 론스타는 이미 다양한 증거를 통해 산업자본임이 드러났으므로 외환은행 인수는 무효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두번째 문건은 론스타가 2003년 10월 투자자 바꿔치기를 통해 새롭게 외환은행 인수자로 참가시켰던 KEB Investors II, LP의 최종 소유주가 미국 스탠포드대학임을 보여주는 문건이다.
이번 문건은 2013년 7월 미국 스탠포드대학이 공시한 2012회계년도(2011년 9월1일~2012년 8월31일)에 대한 세금신고로, 스탠포드대학은 KEB Investors II의 지분을 63.82% 보유한 사실상의 소유주이자 스탠포드 대학이 명시한대로 직접적 지배자(direct controlling entity)이다.
이 문건은 특히 비금융회사인 스탠포드대학이 외환은행 인수자로 끝까지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론스타가 2011년 12월 일본 골프장을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론스타의 동일인에 해당하는 스탠포드 대학이 영위하는 육영사업(대학교육)은 명백하게 비금융업이며, 총 자산은 지난해 8월말 기준 약 26조원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포함된 론스타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 합계가 2조원을 초과하므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최종 매각시점까지 계속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였음이 다시한 번 입증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회계법인 삼정KPMG가 특검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삼정KPMG는 2003년 9월24일 론스타는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만들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논란이 일 때마다, 금융당국은 이 확인서를 결정적 근거로 내세웠다.
◆ 흐지부지 검찰 수사가 특검 자초하고 있다
2011년 3월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외환은행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론스타가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의결권을 4%로 제한해 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외환은행과 론스타 측 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원에 제출한 삼정KPMG의 확인서 때문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의 유일한 판단 증거가 이 확인서였다.
이와 관련 범국본 측은 대검찰청에 재항고했고, 현재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흐지부지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회와 시민단체 일각에서 특검이 설득력을 더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며, 또 하나는 하나은행의 하나고 무상지원 행위가 은행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은행법 제35조의2 제8항은 '은행이 그 은행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게 자산을 무산으로 양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09년 10월10일의 은행법 개정 이후 수차례에 걸쳐 하나고에 402억원의 자산을 무상 양도했다.
따라서 하나금융지주가 2012년 1월27일 금융위가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기 전인 2009년부터 이미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고, 인수한 이후에도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가 하나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