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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크림 합병 가속화… 향후 세계 경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실제로 합병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마침내 한국 정부도 19일 외교부 성명으로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를 비판하고 제재하려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지만, 타국에 비해 비판의 수위가 낮은 편이다. 또한 정부는 현재 타국의 제재에 동참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크림 반도 사태가 일어나던 지난 2월 말부터 각국은 러시아의 행태를 우려하며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몇몇 나라들은 부분적 제재를 하기도 하였다. 특히 크림 반도에서 주민 투표가 실시되고 러시아 귀속을 결의하자, 유럽과 미국은 고위직 인사를 통제하는 형식으로 제재를 시행하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대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올해는 밀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에서 생산된 밀의 작황은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의 흑해 항구에서 10% 가까운 밀을 수출하는데, 크림이 사실상 러시아로 넘어가 흑해를 봉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수출항을 찾거나 흑해 항구를 임대해 써야 하는데, 이는 세계 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크림 반도의 위치 (붉은색 표시) 크림은 동쪽의 러시아가 흑해로 나가는 길목에 있다. || 위키백과
현재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크림 반도의 위치 (붉은색 표시) 크림은 동쪽의 러시아가 흑해로 나가는 길목에 있다. || 위키백과

또한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립이 심각해질 경우, 러시아와 서방은 경제 보복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며, 각 국가 경제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럽이 공조해서 러시아를 제재 시 러시아는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15%에 달하며, 크림 사태 이후 지금까지 주가지수와 루블 화폐 가치는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올해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30억 달러에 달하며,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반면에 러시아가 원자재를 통제하면 또 달라진다. 2006년에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해 득을 본 적이 있으며, 특히 가스 1/4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은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또한 유라시아 연합을 원하는 푸틴은, 경제 못지않게 정치적인 입지를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각종 주가지수로 미루어 보면,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이틀 연속으로 안정되는 분위기다. 일단 푸틴이 러시아로 크림을 병합하기로 나선 상황에서, 시장의 불명확성이 줄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 길어진다면 (특히 동유럽 쪽에 있는) 신흥국들은 몇 달 동안 경제 불안을 안고 가는 셈이므로, 상황의 전개에 따라 세계 경제의 여진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