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대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자동차,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제조업 코리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난 2분기 줄줄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로 기력을 되찾은 일본 기업들이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까지
확보한 중국 기업이 추격에 나서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과 중국 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예상보다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일류기업 애플과 정면 대결을 벌이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한 삼성전자가 2분기에 7조1천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6%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년만에 처음이다. 더 심각한 것은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2분기 매출액은 52조3천5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9% 줄었다. 성장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2분기 부진의 원인은 삼성전자가 우위를 가진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기업이 중저가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삼성전자를 추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연일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이건희 회장은 와병중인데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당장 해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다른 분야도 원화강세와 중국의 추격이라는 이중악재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8천569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9% 줄었다. 자동차는 더 팔았는데도 환율하락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상황이 심각하다. 2분기에 1조1천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97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을 내면서 회사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해운 경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선박 건조 분야에서 중국 조선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자 저가로 해양 플랜트를 대거 수주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한다. 중국 조선산업은 선박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3대 지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 조선산업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 밖에도 한국 화학산업을
대표하는 LG 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28% 줄었고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같은 정유업체들은 아예 적자를 기록했다.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산업에서 중국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표기업들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사업 환경이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막강한
자금력,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직 가시화하지는 않았지만, 언제가 중국 가전제품을
쓰고 중국 자동차를 타고 중국 스마트폰을 쓰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을 보면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벌이
지배하는 대기업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그동안 우리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질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합리적인 비판도 있었지만 근거 없는 증오심의 발현도 있었다. 경제력이 집중된 대기업은 항상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대기업까지 부실해지면 국민경제에 큰 충격이 온다는 엄연한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 이 길을 가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와 민간이 따로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