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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세 없는 복지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공약에 역행하게 되지만, 재정 지출 수요가 날로 늘어나는 현실에서 더는 '증세없는 복지'를 유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주호영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받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국민 전체의 동의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복지 수준을 낮추든지, 세금을 좀 더 받는 결정을 하든지, 국민이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비록 직무대행이긴 하지만 원내 지도부의 수장이 이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해 결단할 때가 됐다고 제안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 대행뿐 아니라 다른 지도부와 중진들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용감하게' 발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무상복지 축소로 대표되는 '선별적 복지론'을 주장하는 의견과 '증세 불가피론'을 지지하는 견해가 혼재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무성 대표는 이틀 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증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는 증세를 언급하기 전에 지방과 중앙정부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하거나 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전날 국회 토론회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내세우면서 "어떻게 증세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나 수석부의장은 "당내에서도 올해 이 논의를 위한 국민 대타협기구를 발족시키자는 주장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여권 내에서 금기처럼 통하는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새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면 무상복지 축소냐, 증세냐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원내대표 후보들은 증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계속 밝히고 있다.
유 승민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 복지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밖에 없고, 복지를 더 하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히 말씀드리고 국민의 선택이 무엇인지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어느 수준으로 갈 것인지 하는 부분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과 조세, 국민 부담을 같이 놓고 봐야 한다"면서 "증세 문제는 섣부르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