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나라가 됐다.
15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이날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했다고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났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도 가니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을 향해 출발했으며 그곳에서 제3국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56634/image.jpg?w=560)
로이터는 이날 밤 탈레반 전투원들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후 이날 수도 카불까지 진입하자 정부 측이 백기 투항한 것이다.
탈레반으로서는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카불 최후의 날'이 다가오면서 현지 주민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국제공항에는 국외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탈레반은 이날부터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아프간 정부군에게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군대 해산을 요구했고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날 "지역 경찰이 초소를 버리고 떠남에 따라 약탈을 막기 위해 조직원에게 카불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로이터는 탈레반 관리 2명을 인용해 탈레반이 과도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인 권력 인수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불 내 여러 지역에서 총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불의 한 병원도 트위터를 통해 카불 외곽에서 발생한 충돌로 40명 이상이 다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레반 탈레반](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56633/image.jpg?w=560)
이달 말로 철군 시한을 제시한 미국은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
미국 외교관들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 작업에는 헬기가 동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내 미국요원의 안전한 감축 등을 위해 기존 계획보다 1천 명 늘린 5천 명의 미군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지 미국대사관 직원과 동맹국 요원들의 안전한 감축, 그리고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현지인의 대피를 돕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날 미국 해병대 일부가 카불에 도착했고, 선발대는 전날 먼저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요원과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행동도 신속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탈레반 측에 전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의 내정에 미국의 끝없는 주둔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철군 방침도 재확인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아프간 상황과 관련해 탈레반이 미군 철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기존 철군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미군 철수 공식화 이후 빠르게 점령지를 확장하자 1970년대 베트남전 막바지 상황과 비슷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군이 철수한 후 무능한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졌고 민간인과 외교관의 탈출 과정에서 아수라장이 빚어졌다는 점에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치욕적인 '1975년 사이공(현재 베트남 호찌민) 함락'의 속편으로 나아가게 됐고 심지어 상황이 그때보다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를 오는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외무부는 브리스토 대사를 비롯한 일부 관계자를 공항에 남겨 이달 말까지 대피 작전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존 계획을 변경했다.
영국 대사관 측은 이날 기준 아프간 주재 자국 외교관과 정부 관계자 규모를 기존 500명에서 수십 명 안팎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또 독일 정부는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독일 매체 빌트 일요판에 따르면 독일 공군은 오는 16일 군 수송기를 카불로 보낼 예정이다.
프랑스 외무부는 주아프간 대사관을 카불 공항 근처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도 카불 주재 자국 대사관을 카불 공항 인근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이탈리아, 스웨덴도 자국 외교관 혹은 일부 현지인 직원의 대피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