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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조건부 승인, 다른 선례와 LCC 호재 여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불발 사례 있어
공정위, 아시아나-대한항공 조건부 승인했지만 해외 변수 아직
리오프닝 기대감은 있지만 LCC 몫 늘리는 것 효과 있을지 의문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불발 사례처럼 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공정위는 이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하였다"며 "외국의 주요국가들도 심사중에 있음을 고려하여 면밀하고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심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공항 2022.02.09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들을 뒤로 하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무단 전재 및 DB 금지>

공정위에 따르면 14개국의 경쟁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한다.

이중 싱가폴,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9개국이 심사를 완료했고 미국과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이 심사중에 있다.

변수는 해외 공정당국의 결정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이 해외 공정당국에 의해 좌절되면서 국내 공정위도 관련 심사를 중지한 바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아직 결론내지 않은 6개국 결론이 모두 나오면 시정 조치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까다로워지는 해외 결합 심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무산에서 보듯 해외 결합 심사는 까다로워지고 있다.

EU는 캐나다 1·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의 합병을 불허했고, 스페인의 이베리아항공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IAG가 스페인의 에어유로파를 인수하겠다며 시장에 신규 진입할 항공사를 찾아왔는데도 합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사례는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공정위 결정 이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외 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LNG선 2022.02.03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대우조선해양은 2월 3일 그리스 해운사와 유럽지역 선주들로부터 LNG선과 컨테이너선 총 8척을 1조8438억원에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 불안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한국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의 무산 속에서도 경쟁력을 통해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자에서 타룰했지만 화물운임 상승에도 탄력적 수혜를 입은 대한항공과 달리 OPM개선이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이베스트투자증권 나민식 연구원은 "화물운임 상승에도 2022년 실적개선 폭이 대한항공에 비해 낮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 승인되더라도 공정위 생각대로 될까

공정위는 이날 조건부 승인 조건으로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내외 여객노선에 대해서는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은 저비용항공사(LCC)나 해외 항공사가 새로 들어오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두 회사가 가진 국내 공항(인천·김해·제주·김포공항) 슬롯을 의무적으로 공항 당국에 반납해야하는 대상이 된다.

공정위 측은 "동남아·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슬롯외에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국내LCC(저비용 항공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항공운송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제고와 소비자편익을 높이는 자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장거리 비행 개념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 캡처]

다만 전문가는 공정위 결정이 LCC에게 호재가 될 것을 경계한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업계에서는 뉴욕과 LA는 돈이 되는 알짜 노선이라 반발 큰데 이렇게 되면 외항사 배만 불리면 아니냐는 논거가 있다"며 "국내 LCC들은 장거리용 항공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현실적인 경쟁 제한 조건들은 유예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나민식 연구원은 "운수권을 배분 받은 LCC 는 수혜를 볼 것이고, 반대로 통합항공사는 합병 시너지가 반감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티웨이항공 비행기 A330-300
티웨이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 A330-300 3대를 도입한다. 1호기는 중국 샤먼의 MRO 업체에서 마무리 작업 및 현지비행을 거친 후 2월 24일 국내 도입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측은 해당 기체를 김포-제주 노선에 먼저 투입 후 국제선 재개 움직임에 발맞춰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사진=티웨이항공 제공]

이런 가운데 LCC 업계의 장거리 노선 취항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에어프레리미아는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해 B787-9를 도입했고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3대의 A330-300 기종을 상반기 내 도입을 준비 중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해당 기종을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과 화물 운송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LCC 업계의 장거리 여객기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고 짚는다. 나민식 연구원은 "여객기 도입에서 운용까지 1년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3년 정도 단계적으로 운수권을 배분한다면 해결할수 있으며 장거리 노선 수익성이 입증된다면 다른 LCC도 장거리 여객기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투자 의견은 현재 중립이다. 미래에셋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리오프닝 가능성에는 주목하나 정책 기조 확인은 필요하다"며 중립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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