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서 5일(현지시간) 주한미국대사로 만장일치 인준을 받은 필립 골드버그 지명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미국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라는 직급이 그의 경력을 잘 대변해준다.
직업 외교관이 주한미대사로 오는 것은 2011∼2014년 한국에서 근무했던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후 8년만이다.
보스턴 출생으로 보스턴대를 졸업한 골드버그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부터 지금까지 콜롬비아 주재 대사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앞서 칠레와 쿠바의 대사 대행을 지냈고, 볼리비아, 필리핀의 대사를 맡기도 해 지금까지 5개국에서 대사 또는 대사 대행으로 활약했다.
그는 2006∼2008년 볼리비아 대사를 지내다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볼리비아의 분열과 정부 전복 음모를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로 기피인물로 규정돼 추방 명령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0∼2013년에는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9~2010년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총괄하고 관련 국제 협력을 조율한 바 있다.
대북 제재 책임자는 북한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유엔이 금지한 활동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제재를 지휘하는 자리다.
업무 특성상 북한에 대해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는 일이 많은 자리여서 '대북 강경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달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라고 불렀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표현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미국의 억제 정책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CVID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을 고려해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주로 써왔다는데 골드버그 지명자가 모처럼 CVID를 소환한 것이다.
대북제재통이라는 경력에다가 그의 소신 발언이 겹쳐지면서 그를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한 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대북제재조정관이던 2009년 방한 당시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합의한 개성공단 활성화와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조치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무관하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임명장을 받고 한국에 부임하게 되면 한미 양국 정부간 가교로서 대북정책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