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 죽으면 그 기업의 역사는 끝이 난다. 망한 기업에 대해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지속할거 같던 기업이 사라지는 것을 봤을 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SK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이천포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최 회장은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돌연사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게 아니라 순간 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 회장이 ESG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건 이유가 있었다. 그의 부친인 최종현 SK 선대회장 부터 ESG 경영에 남달랐다. 그는 생각 부터가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자신들 것이 아닌 사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떡잎 부터가 남달랐다.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을 그는 갖고 있었다.
최 선대회장은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그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에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진행했다.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인재양성에 썼다.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 해외로 보냈다.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급으로 지급했다.
최 선대회장은 환경 외에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하기도 했다. 기업이 대형화 됨에 따라 복잡해져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봐,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MS)을 정립했다. 당시에는 경영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던 시절이었다. 이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SKMS는 경영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2020년 2월까지 14차례 개정을 거쳤다.
장묘문화 개선도 그의 업적이다. 그는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해달라 했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고 유지를 남겼다.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SK는 최근 ESG와 관련해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는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최 회장이 강조한 '넷 제로' 경영을 구체화 하고 있다.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했고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과 역량을 한 곳에 모은 SK 그린캠퍼스를 지난 1월 오픈했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SK그린테크노캠퍼스도 2027년 출범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며 "그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