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법 개정을 추진해 최대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화물운송 자격 정지·취소가 가능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과 비슷한 방식의 압박으로 면허 정지·취소 처분으로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인 월례비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며 '완전 근절'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 등으로부터 '건설 현장 폭력 현황 및 실태'를 보고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는 "금년에 (정부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헌법의 근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근본 질서를 지키지 못하면 경제 발전은 물론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고 지시했다.
법치주의 확립을 통한 '노조 정상화'를 이뤄내야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채용·금품강요 즉시 처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대책' 브리핑에서 "지금은 노조 가입비 4천만원을 내야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의 독점을 깨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신속한 제재와 처벌 강화다.
우선 노조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을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못박았다.
또 기계 장비로 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 행위 때는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즉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 3월부터 월례비 수수하면 즉각 면허정지
국토부는 특히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명시하고, 월례비를 받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와 취소라는 고강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다. 조종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어 이에 따른 월급을 받고, 시공사로부터 월 500만∼1천만원의 월례비를 관행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례비 지급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재를 천천히 인양하거나, 아예 인양을 거부해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허다해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기를 지키려면 월례비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피해를 주장해왔다.
국토부가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전체 건설현장 불법행위(2천70건) 중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이 58.7%(1천215건)를 차지할 정도다.
이 조사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월례비 243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사 한 명이 연간 최대 2억1천700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월평균 1천700만원꼴이다.
월례비 수수 상위 20%는 평균 9천470만원을 받았고, 전체 평균 수수액은 5천560만원이었다. 수수 기간은 1년에서 1년 9개월로 각각 다르다.
이는 국토부가 증빙 자료가 있는 신고 건수만 취합한 액수여서 실제 월례비 지급 액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면허 정지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으며, 최대 1년간 정지가 가능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오늘 이후부터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 계도 기간을 거쳐 3월 1일부터 즉시 (면허정지 처분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월례비 강요와 점거 행위 때 사업자 등록과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4천600대, 타워크레인 노조원은 4천여명으로 추정된다.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2931명(일반 1만448명·소형 1만2483명)에게 발급돼 있지만, 사실상 노조원이어야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 장관은 "지금은 노조 가입비로 4천만원을 내고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월례비를 받은 기사들이 퇴출당하면 나머지 2만2천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공정하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고등법원에선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돼온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 성격이라는 판단이 나와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