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14일부터 18일까지 국토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가 실제 파업을 하면 2019년 11월 이후 거의 4년 만의 철도파업이다.
앞서 철도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수서행 KTX 운행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벌였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의 철도 쪼개기 확대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 준법 투쟁에 들어간다"며 "국토부는 사회적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9월1일부터 부산∼수서 고속열차를 하루 4100여석 축소해 전라선·동해선·경전선에 투입한다"고 주장했다.
◆ 수서행 KTX 운행 요구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의 철도 쪼개기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수서역을 기반으로 하는 SRT와 서울역을 기반으로 하는 KTX의 분리 운영을 말한다. 현재 국토부는 에스알(SR)이 운영하는 SRT는 수서역을 기반으로, KTX는 서울역을 기반으로 분리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 논의는 2021년부터 시작돼 2022년 12월까지 2년 가까이 거듭됐고, 국토부는 '경쟁을 통해 철도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SRT와 KTX의 현행 병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토부는 1일부터 전라선, 동해선, 경전선 SRT 3편성을 확대 운행하며 주중 경부선 SRT 운행 열차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수서~부산 운행을 줄이는 것이 부산 이용객의 불편을 가중할 뿐 아니라, 전라·동해·경전선도 고작 하루 2회 운영에 그쳐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서행 KTX를 운행할 경우 수서∼부산 고속열차 운행을 축소할 필요가 없고 전라·동해·경전선에도 더 많은 고속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시도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국토부에 수서행 KTX를 운행해 달라는 공문을 국토부에 발송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수서역에서 KTX를 운행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틀을 깰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KTX와 SRT의 선로 사용료와 승차권 요금 체계가 다르고, 차량 정비 문제 등이 있어 수서역에서 KTX를 운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철도노조가 1차 총파업을 예고하자 국토부도 입장 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가 파업의 본래 목적인 노사 간 교섭사항 외에 정부 정책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해 국민 불편을 유발하려는 것은 유감"이라며 "지금이라도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성숙한 자세로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철도 민영화 저지를 주장하지만, 이번 정부는 민영화를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철도 통합에 대해서는 노조도 참여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통해 지난 2021∼2022년 장기간 진지하게 논의했으나, 위원회가 판단을 유보해 현재 공기업 간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4조 2교대 근무 시행
국토부의 자료 중 철도노조의 파업 본래 목적이 노사 간 교섭사항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실제로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 주장 외에도 4조 2교대 근무 시행과 직무급제 도입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2019년 11월20일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및 한국철도와 SR 통합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었다.
하지만 당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또한 인력 충원은 철도 노사와 국토부가 협의하기로 했고, 국토부가 한국철도와 SR 통합에 대해 용역 재개를 위한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업이 장기화되지는 않았다.
이후 2020년 1월부터 코레일 노사는 4조 2교대 근무를 시범운영했고, 8월에는 노사합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해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개편했다.
문제는 4조 2교대가 정부, 즉 국토부 승인 없이 도입됐다는 것이다. 4조 2교대는 4개조 중 2개조가 12시간씩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근무 형태다. 1년 중 절반은 쉰다는 '꿈의 교대 근무'라고도 하며, '바짝 일하고 길게 쉬는' 것으로 MZ세대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한다.
하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신체적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4조 2교대에서는 예비 숙련 인력이 기존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휴가 등 공백이 생겼을 때 대체근로자 투입이 쉽지 않다.
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와 코레일은 정부 승인 없이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바꿨다. 이로 인해 인력난이 심해지고 숙련도 역시 떨어지면서 잦은 사고로 이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철도사고는 2012년 222건에서 2021년 48건으로 10년간 지속해서 줄어들다가, 2022년 66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열차 궤도 이탈이 세 차례나 있었고, 코레일 직원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특히 오봉역 사망 사고의 경우 오봉역에서 시멘트 수송용 벌크화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다 숨진 코레일 직원은 30대 초반이었고, 이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한 화물열차를 운전하던 기관사는 수습 직원이었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 1월17일 코레일에 3조 2교대로의 환원을 명령했다. 3월8일에는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근무형태 무단 변경에 따른 안전사고 책임을 물어 과징금 19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 직무급제 도입 철회
코레일은 2022년 6월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D'(미흡)를 받았다.
이에 코레일은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누적된 경영손실과 정부의 강도 높은 혁신 요구에 따라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추진 내용 중에는 '직무·성과 중심 직무급제 고도화'가 있었다.
직무급제는 동일 직급이라도 직무의 난이도와 업무 강도 등에 따라 급여 수준을 차등화하는 것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의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5년 동안 공공기관 인력은 11만5000명 증가하고 부채 규모는 84조원 확대돼 지나치게 비대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연공형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직무급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2급 이상 직원에만 성과연봉제로 직무급을 적용하고 있고, 3급 이하의 전직원 확산은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는 기관장인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해임됐고, 이후 지난 6월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유일하게 최하 등급인 'E'(아주 미흡)를 받았습니다. 잇따른 철도 사고는 물론 부채가 2017년 14조8808억원에서 지난해 18조6608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