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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권순우 악수 거부, 이유는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가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해 비난을 받고 있다.

26일 유튜브와 SNS에는 권순우(25·당진시청)가 지난 25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경기에서 진 뒤 라켓으로 분풀이를 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단식 세계랭킹 112위인 권순우는 자신보다 500계단 낮은 삼레즈(636위)와의 남자 단식 2회전에서 1-2로 져 탈락하게 됐다.

경기에서 진 테니스 선수가 라켓으로 분풀이를 하는 것은 프로 대회에서도 꽤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문제는 권순우가 삼레즈와의 악수 제의까지 거부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테니스는 상류층이나 귀족들 사이에서 주로 이뤄져 '신사의 스포츠'로 여겨지며, 경기 뒤 양 선수가 악수하며 인사하는 예절이 매우 중시된다. 지난 5월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선수가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를 돕고 있는 벨라루스 선수와의 악수를 거부했을 때도 논란이 됐을 정도다.

◆ 권순우 선수는

현재 권순우는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단식 본선에서 꾸준하게 경쟁하는 유일한 한국 선수다. 개인 최고 세계랭킹은 52위로 명실상부한 한국 테니스의 간판이다.

그는 올해 2월 어깨 부상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다가 6개월만인 지난달 US오픈을 통해 복귀했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에 앞서 그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기회라며 금메달에 대한 목표와 간절함을 드러냈다. 교제 중인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유빈의 응원을 받았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현하기도 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걱정 없이 꾸준히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를 소화하며 안정적으로 프로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상무 입대를 고려해야 한다.

권순우는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4번 시드를 받아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고, 8강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의 경쟁자로는 톱 시드를 받은 중국의 장즈전(세계랭킹 60위)과 항저우가 고향인 우이빙(98위)이 언급됐다.

하지만 권순우는 2회전에서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세계랭킹 636위)에게 져 탈락했다. 언론들은 대회 우승 후보가 무명에 가까운 선수에게 충격패를 당했다며, 그가 경기 직후 라켓을 6차례나 내리쳐 산산조각을 냈다고 보도했다.

권순우
[연합뉴스 제공]

◆ 악수 거부 '비매너' 전후

권순우의 악수 거부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그 이유에 주목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권순우가 충격적인 패배에 분을 삭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깨 부상으로 인한 6개월의 공백기 이후, 복귀전부터 이번 경기까지 6전 전패를 당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터라, 2회전 탈락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와 함께 외신들은 그가 병역 문제로 평정심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편,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권순우의 상대 선수인 삼레즈가 오프셋(Offset) 트릭을 많이 사용해 권순우의 분노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오프셋 트릭이란 경기 중에 상대방의 예상을 교란하거나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전략을 말한다. 이를 통해 경기의 리듬과 모멘텀을 깰 수 있다. 즉 상대방 및 심판의 집중력을 흔드는 한편, 자신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삼레즈는 1세트를 6-3으로 이긴 뒤 화장실에 가서 10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규정에 따르면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소후닷컴의 지적이다.

또 삼레즈는 2세트에서 4-2로 앞서다가 권순우에게 역전당하며 주도권을 뺏기자 인저리 타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소후닷컴은 권순우가 상대의 갑작스런 인저리타임 신청에 힘없이 웃었으며,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인저리 타임은 선수가 부상을 입거나 건강 문제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주어지는 시간이다.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필요한 응급 처치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

삼레즈는 2세트를 권순우에게 내주기는 했지만 상승세를 꺾는데 성공했고, 3세트에서 5-0까지 앞서나갔다. 권순우가 5-4까지 추격해오자, 이번에는 허벅지 마사지가 필요하다며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에 권순우는 매우 화가 나서 상대방과 논쟁을 벌였고, 멘탈이 무너져 결국 경기에서 패했다는 것이 소후닷컴의 분석이다.

끝으로 소후닷컴은 권순우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무대에서 늘 좋은 평판을 받아왔으며 많은 기자와 네티즌들로부터 매우 예의바르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평정심을 잃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권순우는 경기 다음날 오전 삼레즈에게 찾아가 사과하고 악수를 했다. 또 자필 사과문을 통해 "태극마크의 무게를 깊게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성찰하며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다"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권순우는 동갑내기 절친인 홍성찬(세종시청)과 조를 이룬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복식은 단식보다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아, 권순우가 금메달 도전을 하기에 조금 더 수월해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테니스는 2014년 인천 대회 남자 복식 정현-임용규 이후 9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