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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30년 뒤 국민연금 고갈…낸 만큼 받는 新연금 제안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최대한 지키며 지속성 확보를 위해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안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운용하며 '신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만 연금으로 돌려주자는 주장이다.

동시에 기존 세대에 약속한 지급분이 담긴 '구연금'에 대해선 일반재정 609조원을 투입해 미적립 충당금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이강구·신승룡 연구위원은 21일 KDI 포커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간했다.

▲ 완전적립식의 '신연금'을 도입 제안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하여 추계해 볼 때, 적립기금은 작년 1,015조원(GDP의 44.8%)에서 2039년에 최대 규모인 1,972조원에 도
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54년에는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만약 보험료율 조정으로 약속된 급여를 주려면 현재의 9%에서 35% 내외까지 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고 공적연금 보험료율 수준인 이탈리아의 33%를 웃도는 수준이다.

앞 세대가 훨씬 더 낮은 보험료율을 통해 동일하거나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누리는 것에 비해, 현행 연금제도 시스템에 따라 기금 소진 이후의 세대에 대해서만 무작정 35% 내외의 보험료율을 강요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제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앞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즉,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의 기대 운용수익의 합에 비해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은 바로 저출산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일차적으로는 보험료 수입이 이전보다 줄어들어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지고, 기금 소진 후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청년층이 늘어난 노령층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양호한 상황보다 기대수익비가 더 낮아진다.

연구진은 이에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되고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부과식은 적립기금 없이 매해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 급여를 충당하는 방식, 즉 뒷세대의 보험료로 앞 세대의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기금이 적립되다가 소진되면 부과식으로 전환되는 형태이므로 ʻ부분적립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연합뉴스 제공]

완전적립식은 개혁 시점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하되,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러면 구연금의 적립 기금만으로 향후 연금 급여 총액을 충당하지 못해 미적립충당금(재정부족분)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은 일반재정이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연금에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미래 세대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당장 개혁할 경우 구연금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올해 기준 609조원 추정됐다. 개혁이 5년 후에 단행된다면 609조원이 아니라 869조원으로 불어난다.

연구진은 "연금개혁이 올해로부터 5년 후인 2029년에 단행될 경우 재정부족분은 609조원(GDP의 26.9%)이 아니라 869조원(GDP의 38.4%)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재정부족분 규모가 커질수록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혁을 지체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연금개혁은 조기에 추진될수록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 신연금은 확정기여형…연령군별 계좌

이런 모델이라면 신연금 보험료율은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출생 연도에 따른 기대수익비는 2 안팎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해 2006년생부터 1로 수렴할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신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급여 산정 방식을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나아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해 연령군(코호트)별로 납부한 보험료가 통합계좌에 적립·투자되는 'CCDC형'을 제안했다.

개인 계좌제와 다른 점은 사망자의 가상계좌 적립액이 동일 연령군 생존자의 계좌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같은 연령군에서 늦게 사망하는 사람에게 소득 이전하는 효과가 난다.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은 한꺼번에 올리기보다는 '9% → 12% → 15.5%' 등 단계적 인상이나 0.5%p씩 13년 동안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