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SAIC의 EU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관세 분쟁에서 대가를 치뤘다고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는 보도했다.
유럽연합(EU)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확정 관세 결정 초안을 발표한 가운데 SAIC 자동차가 46.3%의 관세를 부과 받았다. 이는 기존 관세 10%에 추가로 17%를 더 내야 하는 BYD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볼보 자동차의 모기업인 저장 지리 홀딩 그룹은 29.3%의 관세를 내야 한다.
유럽위원회는 7월에 발표한 208페이지 분량의 잠정 결정문에서 불균등한 대우의 주된 요인은 다양한 '협력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SAIC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상하이에 본사를 둔 SAIC의 대응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SAIC의 EU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은 국제 로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철저한 데이터 수집을 수행한 BYD와 지리자동차와 상반되며 BYD의 경우 브뤼셀에서 정책 전문가를 고용했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전무이사 스티븐 다이어(Stephen Dyer)는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의 관세 수준을 보면 누가 현지 홍보나 정부 로비를 더 잘하는지 알 수 있는 로드맵과도 같다"라며 한 가지 요인은 비즈니스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는 제조업체의 개방성과 적응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EV 제조업체가 대륙 자동차 시장에서 인상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강력한 기업들이 보통 휘두르는 무형의 영향력 면에서는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추가 증거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말했다.
예를 들어 EU 협상가와의 섬세한 협상을 탐색하거나, 심지어 업계 임원을 위한 최적의 네트워킹 장소인 글로벌 자동차 쇼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비교적 사소한 일에서도 그렇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이익 외에도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민첩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다이어 전무이사는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여 협력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로디움 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그레고르 세바스찬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가 유럽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유럽의 시민 사회 및 규제 시스템과 더 잘 협력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중국 기업이 EU 시장 진출과 관련된 정치적, 법적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분은 최신 셀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선보이는 무역 행사인 배터리 쇼 유럽 2024(The Battery Show Europe 2024)에서도 확인됐다.
6월 말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중국 기업이 전체 참가업체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3일간 동시에 진행된 세미나에서 중국인 연사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백인 남성 자동차 회사 임원들이 연설 초대를 거절했기 때문에 무대에 오른 중국인은 거의 없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언론의 요청, 광고, 업계 협회 가입 등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컨설팅 회사인 JSC Automotive의 전무이사 조헨 시버트(Jochen Siebert)는 말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는 현지 기자 및 리뷰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