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명단 메모' 작성과 관련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홍 전 차장이)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지만, 그는 당시 국정원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메모는 4종류가 있었고 문제의 메모는 그중 하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 증인인 조 원장의 발언은 탄핵 정국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을 흔드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13일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홍 전 차장이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는 말을 지난주 헌재 증언에서 처음으로 들어 사실 파악을 해봤더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CCTV로 확인해보니 홍 전 차장은 메모를 작성했다는 12월3일 오후 11시6분께 공관이 아닌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6분께 국정원장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갑자기 적게 됐다고 했는데, 조 원장은 당시 홍 전 차장이 공관이 아닌 국정원 청사에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진술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77414/image.jpg?w=560)
아울러 조 원장은 체포 명단 메모가 홍 전 차장과 보좌관이 작성한 것을 포함해 총 네 종류가 존재한다고 진술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자신이 쓴 메모를 보좌관에게 줘 정서시켰다고 하니 2개가 있는 셈인데, 담당 보좌관이 홍 전 차장에게 정서한 메모를 전달했고 12월 4일 늦은 오후에 홍 전 차장이 다시 한번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작성해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보좌관이 갖고 있는 게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 썼고 이것이 세 번째 메모"라며 "해당 보좌관은 파란색 펜으로 사람 이름만 썼고 동그라미를 치거나 '방첩사'라는 문구 등 가필은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12월4일 오후에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쓴 메모에 가필을 한 버전이 네 번째 메모"라며 "그렇게 되면 홍 전 차장이 설명한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려진 홍 전 차장의 메모에서 파란색 글씨로 적힌 이름과 직책은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적은 것이었고, 이후 누군가가 동그라미를 치거나 '1조, 2조',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 조사' 등의 문구를 추가하며 가필했다는 취지다.
조 원장은 또 작년 여름께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홍 전 차장이 야권 인사에게 수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는 말을 듣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됐다고도 언급했다.
조 원장은 "정보위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 계셨던 어느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며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 사람을 통해서 7차례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며 "그 얘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고, 정치 중립과 관련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국정원에 있었던 야당 의원이라면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나 박선원 의원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에 김 변호사가 "홍 전 차장이 박지원 또는 박선원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7차례 했다는 취지냐"고 묻자 조 원장은 "그렇게 야당 의원이 발언했다"고 했다.